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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원·미용실이 30년째 사치업종?

“대형마트 카드 수수료는 1%대라는데, 우리 같은 중소 안경원이 3%를 넘는 게 말이 되나요.”

 서울 상도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박준철(41)씨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10여 년 전 개업했을 때는 4%대였다. 박씨는 “예전엔 안경이 사치품으로 여겨져 수수료율이 높았다더라”며 “안경이 의료기기이지 왜 사치품이냐”고 반문했다.

 안경원·학원·유흥업소·숙박업소 등 3%가 넘는 카드 수수료를 내는 업종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포함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이달 30일 대규모 집회와 동맹휴업을 하겠다고 1일 선언했다. “우리가 골프장·주유소(1.5%)보다 비싼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이들 업종의 수수료율을 높게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30년 전부터 그랬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카드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주유소는 낮고, 유흥업소는 높고, 학원이나 안경원은 그 중간이었다”며 “원가분석이 안 됐는데 뭘 근거로 그렇게 정했는지는 카드사들도 모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와 금융 당국에 따르면 국내에 신용카드가 본격 도입된 1980년대 초엔 재무부가 수수료율을 정했다. 그때 기준은 서민업종 3%, 일반업종 4%, 사치업종은 5%였다. 구체적인 업종 구분은 당시 한국은행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81년 국민카드는 47개로 업종을 나눠 수수료율을 정했다. 수퍼마켓·대중음식점·문방구는 3%, 백화점·자동차학원·여행사는 4%, 안경원.병원.기성복점은 5%였다. 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은 '기타업종'에 속해, 사치업종과 같은 수수료율(5%)을 적용받았다. 주유소와 골프장은 그때도 수수료율이 2%에 불과했다. 세금이 많이 붙는 업종인 만큼 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게 매겼다는 것이다. 반면 유흥업소·귀금속류는 7%에 달했다.

 30년 뒤인 지금, 카드사들은 45개 업종에 따라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30년 동안 일부 업종(미곡상·연탄판매점 등)이 빠지고, 새로운 업종(할인점·홈쇼핑 등)이 추가됐다. 업종별 수수료율도 조금씩 내렸다. 하지만 큰 틀은 바뀐 게 없다. 음식점·약국·문구점은 아직도 골프장·주유소보다 수수료율이 1%포인트가량 높다. 안경원·학원·숙박업소가 음식점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것도 그대로다. 유흥업소 수수료율은 여전히 최고 수준(4.3%)이다. 예외가 있다면 일부 대형 가맹점뿐이다. 종합병원은 수수료율이 5%에서 1.5%, 백화점은 4%에서 평균 2.2%로 크게 떨어졌다.

 문제는 카드 결제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87년만 해도 민간소비 지출에서 카드 이용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이 비율이 60.1%로 늘었다. 수수료율이 높은 업종은 그만큼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 노원구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조용환 원장은 “과거 20%이던 학원 수익률은 10% 이하로 떨어졌는데 카드 수수료율은 예나 지금이나 3%대 중반”이라며 “이젠 카드 매출이 90%에 달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흥음식업중앙회의 오호석 회장은 “0.2~0.3%포인트 차이라면 모를까, ‘사치성 업종’이라며 수수료를 몇 배로 매기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30년 된 업종 분류체계의 문제점은 금융 당국도 인정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이미 2007년 내놨다. 가맹점 업종 구분을 대폭 줄이고, 원가를 계산해 업종별 수수료율을 새로 정하라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이었다. 하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금융감독원 홍경표 여신감독국 팀장은 “업종 구분이 수십 년간 관행으로 굳어진 데다 원가 자체가 영업비밀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자 업종 구분체계를 다시 뜯어보고 있다. 업종 수를 줄이고 업종 간 수수료율 차이도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또 나온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는 “은행에선 금리 0.1%포인트에도 고객이 움직이는데,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관행이란 이유로 30년간 변화가 없었다”며 “이제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내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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