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안 돼애애~ 우리 정말 이러면 안 돼애애~

KBS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말만 많고 사건 해결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경찰본부장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원효. “얼마 전 결혼을 한 데다 코너도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갑갑한 데가 아직도 많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풍자란 본디 힘없는 이들의 언어다. 대놓고 말할 힘은 없지만 분통이 터질 때, 사람들은 위정자를 흉내 내고 웃음거리로 만들며 속을 달랜다. 날 선 비판이 권력자에 ‘맞서는 것’이라면, 풍자는 ‘깔아뭉개는 것’이라 더 무섭기도 하다. 우리가 5대5 가르마의 ‘본부장님’에 열광하는 것은 그래서다. KBS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떠버리 본부장 말이다.

그는 범인이 독가스를 살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다급한 보고에 이렇게 말한다.

 "안 돼애애~!”

 ‘국방부에서는 복지부 가라고 하고, 복지부에서는 교육부 가라고 하니 안 된다’ ‘병력 지원받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안 된다’며 속사포처럼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에 웃음이 빵빵 터진다. 코너 말미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한 술 더 뜬다. 식순에 따라 일을 진행하느라 비상사태는 안중에도 없다.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부장님’ 김원효(30)를 만났다. 한 달 전 동료 개그우먼 심진화(30)와 결혼한 새신랑의 풋풋한 모습에서 ‘본부장’의 느끼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 말투는 그와 꼭 같았다. 그는 “아직도 결혼한 게 어리둥절한 것처럼 인기도 실감이 안 난다. 하고 싶은 개그를 할 뿐인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 즐겁기도,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할까.

 "개그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시사성을 띄는 코너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 또 이게(관료주의) 어느 조직에서든 있는 일이다. 일반 회사에서도 부장한테 가면 ‘국장이 결정할 일’이라 하고, 국장한테 가면 ‘부장이 할 일’이라 하지 않나. 그러니 공감도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택시를 탈 때도 ‘이 택시는 거기까지 안 간다’며 미루고 또 미룬다. 그래서 그런지 트위터에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도가니 사건을 비대위에서 다뤄달라’는 식이다.”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정치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늘 궁금했다. 시장에 가서 상인과 악수를 하면서 정치인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 그러다 이번 여름에 홍수 피해 뉴스를 보다가 문득 ‘저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지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뛰어들지 않고 말만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걸 계기로 코너를 짜게 됐다.”

 -요즘 ‘영감’을 준 사건이 있나.

 "개그 소재로 쓴 건 아니지만 ‘비대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건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서다. 정책을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라 ‘군대가 어쩌니 학교가 저쩌니’하며 인신공격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시민들이 듣고 싶은 말도 아닌데 ‘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뉴스를 유심히 살펴본다. 모 병원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장난전화를 건 사람의 사건 같은 건 소재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풍자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태국 방콕이 물바다가 된 일 같은 게 그렇다. 피해자들은 정말 힘들 텐데 그걸 개그 소재로 활용할 수는 없다.”

 -대본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보통 한 회 녹화분에 A4용지 2장을 외워야 한다. 나도 처음엔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상황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가며 외우다 보니 됐다. 생각이 말보다 빠르기 때문에 연습할 때도 최대한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말이 나갈 수 있게 연습했다. 그래서 말이 빨라졌다.”(웃음)

 비상대책위원회 본부장이 무조건 “안 돼”라고 할 때 시청자는 웃지만, 한편으론 답답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래, 일단 해보자”라고 짧게 말하고 굵게 행동하는 리더이기 때문일 터다. 우리 ‘본부장님’도 사실 속마음은 그렇다.

 “제가 코너 속에서 ‘안 돼, 그런 거 어떻게 하냐?’라고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결정권자들이 ‘다 돼’라고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그를 짜요.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겠죠.”

글=임주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비상대책위원회 본부장 김원효의 말말말

상황 ① 범인들이 고등학교에 독가스를 살포하겠다고 협박 중. 10분 안에 학생들을 대피시켜야 함.


“야, 안돼~! 방독면 500개를 언제 구해서 어떻게 씌우고 어디로 대피시키냐? 어? 그러면 우리가 위에 가서 예산 결재해달라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청장님한테 가서 ‘결재 좀 부탁 드립니다’ 이러면 청장님이 ‘야! 방독면이 우리 거냐? 비상물품 아니야? 국방부로 가봐’ 그럼 내가 국방부로 가면은 ‘에이 그건 구호물품이잖아 보건복지부로 가야지’ 그래서 보건복지부로 가면 ‘그거 고등학생들이 쓴다면서 교육부 아니야?’ 내가 교육부 가면은 ‘공기 통하고 숨 쉬는 거 환경부 같은데?’ 아무도 결제를 안 해줘.”

상황 ② 범인이 유치원에 폭탄을 설치하고 협박 중. 10분 안에 아이들을 대피시켜야 함.

"야, 안돼~! 생각을 해봐. 10분? 10분 안에 그걸 언제 봉쇄하고 언제 대피시키냐? 그리고 내가 청장님한테 가가지고 ‘청장님, 지금 좀 병력지원을 부탁합니다. 빨리 해주십쇼.’ 그러면 청장님이 ‘야, 군경합동으로 해야 하니까 군사령부 가서 지원해달라 그래.’ 그럼 내가 군사령부 가면 ‘그거 꼭 필요하냐? 꼭 필요하냐’고 물어봐. 그럼 청장님한테 가면은 ‘야, 그걸 말이라고 해? 필요하다고 전해!’ (…) 지그들끼리 전화하면 될 거 가지고 시간도 없는데 그런다고.”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