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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 Quercus acutissima
상수리나무

- 최동호(1948~)


허옇게 갈라진 혀, 바위 샅

흘러내리는 암반수 깊숙이 들이켜

이 뿌리에 가 닿는 시린 물살 굽이치는

계곡 명주실 길게 펼쳐놓는다

벼랑길 바위 밑에 오글거리며 살던

흰 벌레들 더 깊은 곳으로 기어 들어가고

상수리나무, 열매를 지상에 남겨두고

단풍잎 바람 타고 날아 하늘의 빛을 뿌린다


임금님 수라에 올릴 열매를 맺는 나무여서 ‘상수리나무’라는 상서로운 이름을 가진 나무에 도토리 열매가 맺혔다. 상수리나무는 씨앗까지 모두 남김없이 사람과 짐승에게 먹이로 내어주고 사라진다. 제 앞가림에 서투른 상수리나무가 자손을 키우려면 사람뿐 아니라, 다람쥐도 배불리 먹여야 한다. 다람쥐가 겨울 양식으로 갈무리했다가 남긴 도토리가 겨우 봄볕에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더 많이 베풀수록 더 많은 자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상수리나무는 잘 안다. 상수리나무는 ‘숲의 왕’이라고 부르는 참나무 종류 가운데에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낸 도토리나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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