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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짜장면 좋아하는 20~30대 추운 날 뇌졸중 조심하세요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진영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의 출혈을 막기 위해 ‘혈관내 코일 색전술(부푼혈관을 막아 출혈을 예방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중학교 교사인 김진아(가명·35·서울 강남구)씨는 얼마 전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하다. 수업 중 한 남학생이 두통을 호소하자 꾀병으로 알고 넘겼다. 수업 30분이 지나도 힘들어하자 양호실에 가도록 허락했다. 양호실에서는 단순히 두통이라며 타이레놀을 한 알을 먹이고 잠을 자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3시간이 지나도 두통은 오히려 심해졌고 결국 병원으로 옮겼다. 두통 원인은 뇌출혈(뇌동정맥기형)이었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김씨는 아직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대기업 직원인 이한주(33·서울 영등포구)씨는 한 달 전 큰 수술을 받았다. 뇌출혈 때문이다. 거래처 직원과 전화로 언성을 높이다 갑자기 뒷목이 뻐근하더니 심한 두통이 왔다. 손발에 힘이 없어지고 말도 잘 안 나왔다. 뇌출혈(뇌동맥류)이었다. 이씨는 "젊은 나이에 뇌출혈이라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은 뒷머리 뇌 동맥 잘 터져

날씨가 추워지면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이른 아침에는 운동 나가지 말라’, ‘당뇨와 혈압이 있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등 다양한 경고 문구가 경각심을 일깨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전혀 와 닿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젊은층이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 50~60대 이후 노년층에서만 흔한 질병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절반이 50대 이상이다.

문제는 뇌졸중에 걸리는 젊은층의 수가 점차 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뇌동맥류다. 뇌동맥 혈관 한 부분의 압력이 커지면 조금씩 부풀다가 마침내 터진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젊은층(20~39세) 뇌동맥류는 2008년 537명이었던 것이 작년 993명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진영 교수는 “혈관벽이 얇아져 갑자기 터진다는 점에선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 뇌동맥류가 늘고 있고, 특히 목에서 뒷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동맥(추골동맥)이 터지는 박리성 뇌동맥류는 오히려 젊은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젊은층 뇌동맥류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고지방식사·흡연·음주가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방오영 교수는 “뇌동맥류 환자 대부분이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뒷목을 잡고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실려온다. 심한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그 결과 갑자기 혈압이 높아져 얇은 부위의 혈관이 터진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서 고지방식을 즐기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겹살, 자장면, 피자 등의 고지방식은 혈관에 기름때를 끼게 하고, 뇌혈관벽에 쌓여 혈관벽을 약하게 한다. 흡연과 음주도 혈관벽을 약하게 한다.

모야모야병은 어릴 때부터 발병

뇌동맥류 외에 젊은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뇌졸중은 뇌동정맥기형과 모야모야병이다. 뇌동맥류가 노인에게 호발된다면 뇌동정맥기형과 모야모야병은 원래부터 젊은 사람에게 흔한 뇌졸중이다. 둘 다 선천적인 질환이다.

뇌동정맥기형은 분리되어 있어야 할 뇌의 동맥과 정맥이 연결돼 있다. 동맥에서 나와 모세혈관을 돌다 정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피가 정맥으로 들어간다. 높은 압력을 받아 혈관이 터진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특정 혈관이 점점 가늘어지는 병이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졸중이 발생한다.

뒷목 당기고 팔다리 저리면 MRA 찍어봐야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젊다고 예외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젊은이가 고가의 뇌혈관영상촬영(MRA)을 받을 수는 없는 일. 뇌동맥류는 100명 중 1~2명꼴, 뇌동정맥기형과 모야모야병은 1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가족력이나 증상에 따른 검진이다. 뇌동맥류·뇌동정맥기형·모야모야 병 모두 가족력과 관련이 있다. 부모나 친지 중 뇌혈관질환이 있었던 사람, 그 중에서도 자주 뒷목이 당기거나 팔다리가 저린 사람은 MRA를 찍어보는 게 좋다.

모야모야 병은 특이한 증상도 나타난다. 4~5세부터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어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현기증을 자주 느낀다. 정진영 교수는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후후’ 불면서 먹다가 일시적 마비 증상을 느끼거나 체육 시간에 운동을 하다가 잠깐 팔다리 힘이 빠지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뇌혈관영상촬영을 해 보는 게 좋다.

뇌혈관은 소모성 장기다. 관리를 제대로 하면 병의 발병시기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중요하다. 정 교수는 “감정 관리라는 게 힘들겠지만 갑자기 화를 내는 행동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해진 혈관에 갑자기 피가 몰려 터지기 쉽기 때문이다.

고지방식을 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상당한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도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하루 30분 이상 빨리 걷기 운동만으로도 혈관벽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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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