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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침구에, 따로 아기를 재워야 하는 이유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지난해 12월 경기도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갑자기 사망했다.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기는 오후 2시쯤 잠들었다. 약 50분 뒤 보육교사가 상태를 확인했을 때 아기의 몸은 축 늘어져 의식이 없었다. 보육교사가 119에 신고하고 인공호흡을 했지만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 사고 당일 약한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심각하진 않았다. 부검 결과에서도 특별한 사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후 12개월 미만 사망 원인 중 3위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가 수면 중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다. 부검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영아돌연사증후군은 영아 사망 원인 3위다(1위는 임신기간이나 태아 발육과 관련된 장애, 2위는 심장병 등 선천성 기형). 지난해 총 92명의 영아가 돌연사했다. 1000명당 0.2명꼴이다. 미국은 1.3명이다.

 실제로는 숨겨진 영아돌연사증후군 사망자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는 추산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는 “부검을 꺼리는 유교문화 탓에 실제 영아돌연사증후군 발생 건수가 축소 보고돼 있다. 통계보다 2~3배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0~12월 환절기에 많이 발생

영아 돌연사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망 유형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기를 엎드려 재우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병섭 교수는 “엎드려 재우는 것과 영아돌연사증후군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호흡기를 막아 질식사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센터 곽영호 교수는 “부모가 깊게 잠들었을 때 실수로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로 아기의 호흡기를 막아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무의식 중에 이불 같은 침구류를 아기의 얼굴에 덮을 수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 영아돌연사증후군 중 50% 이상이 부모와 함께 잘 때 발생했다.

 영아 돌연사는 환절기인 가을과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곽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 따르면 2010년 어린이집 영아 돌연사 총 6건 중 5건이 10~12월에 발생했다. 생후 12개월 된 아기의 기도(공기통로) 지름은 약 4㎜다. 그런데 염증으로 기도 지름이 1㎜만 좁아져도 압력이 16배 증가한다. 결국 아기는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곽 교수는 “감기에 걸린 아기가 잘 때는 어깨에 수건을 받쳐 기도를 확보하고, 실내 습도를 50%(습도계 기준)로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돌연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 돌연사하는 영아도 적지 않다. 특히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영아 돌연사의 9%가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이 중 33%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지 일 주일 만에 일어났다. 33% 중 절반은 첫날 사망했다.

 곽 교수는 “아기의 환경이 바뀌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근육과 기도가 수축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아에게 새로운 환경은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도 일어난다. 1991~2000년 미국에서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한 508명을 분석한 결과 3.3%는 자동차 안전시트에서 발생했다(『소아질병저널』 2007년).

잠든 부모 실수로 아기 질식시킬 위험

전문가들은 부모가 몇 가지 수칙을 기억하면 영아 돌연사의 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기가 잘 때 천장을 보도록 똑바로 눕히는 게 중요하다. 뉴질랜드에서 ‘아기 똑바로 뉘어서 재우기’ 캠페인을 한 결과 돌연사 발생률이 64% 감소했다.

부모는 실수로 아기를 질식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기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피한다. 잘 때는 다른 침대나 잠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아기의 호흡을 방해할 수 있는 푹신한 침구와 장난감도 옆에 두지 않는다.

 부모의 흡연·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은 아기의 돌연사 위험을 높인다(『란셋』2005년). 곽 교수는 “흡연 후 손을 닦고 아기방에 들어가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담배 입자들이 관찰된다”며 “담배의 유해성분이 아기의 기관지를 자극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지시켰다.

 아기가 잘 때는 여러 겹의 옷을 입히거나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지 말아야 한다. 아기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열 배출이 잘 안 돼 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실내 온도는 약 23도를 유지한다.

 모유 수유도 돌연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여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추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협회는 이런 이유로 최소 생후 6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

 일부 전문가는 공갈 젖꼭지 사용을 권장한다. 공갈 젖꼭지를 빨면 혀가 앞으로 나와 기도가 잘 열리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남수 교수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의 발생 특성과 예방법만 알아도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며 “정부는 출산 장려와 함께 영아 돌연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영유아청소년돌연사학회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음 달 16일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에서 ‘영유아돌연사증후군 예방’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영아돌연사증후군=건강하던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현상. 사망할 만한 병력이 없는 게 특징이다. 부검에서도 사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한 해 약 90명의 영아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권병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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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