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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독은 나의 친구 고독과 함께라면 나는 결코 외롭지 않다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점심 때면 늘 고민이다. 어디 가서 뭘 먹을지도 고민이지만 누구와 먹을지도 고민이다. 휴대전화 일정관리표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점심 사교’에 공력을 기울일 주변머리가 애당초 없다 보니 더불어 오리 알이 된 주변 동료들과 주로 어울리게 된다. 대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일본에 처음 가 놀란 것 중 하나가 혼자 밥 먹는 문화였다. 점심이나 저녁 때 도쿄 시내 음식점에 가보면 나 홀로 식사하는 사람들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혼자 앉아 묵묵히 밥을 먹으면서도 조금도 어색해하거나 민망해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1인 손님을 대하는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의 태도도 예사롭다. 매상 안 오른다고 눈총 주는 일도 없고, 어딘가 덜 떨어진 사람이라고 깔보는 일도 없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3.3%가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혼자 무슨 일을 한다는 건 여전히 불편하고 쑥스러운 것이 우리 사회다. 밥을 먹든 영화를 보든 어떤 일을 할 때는 어울려 함께해야 한다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수첩을 빼곡히 채워가며 교제에 열을 올려보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쓸쓸하고 허전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말한 ‘군중 속의 고독’일 것이다.

 한상복씨가 쓴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위즈덤하우스)란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고독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혼자 있는 ‘고통’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인 만큼 외로움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발적인 고독이 때론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리스 출신의 샹송 가수 조르주 무스타키가 고독을 ‘나의 친구’라고 부르며 “고독과 함께라면 나는 결코 외롭지 않다네”라고 노래한 것은 탁월한 통찰이었다.

 고독 없는 사색은 없다. 깨달음은 고독한 사색에서 온다. “사색하지 않는 배움은 쓸모가 없다(學而不思卽罔)”고 공자는 말했다. 갈수록 청와대가 쓸쓸한 외딴섬으로 변하고 있다. ‘갈라파고스의 섬’이 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외로움을 고통스러워하기보다 즐기면서 성찰과 깨달음의 기회로 삼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다.

 혼자 밥 먹는 일본의 풍경이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그처럼 편하고 좋은 것도 없었다.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내 입맛대로 호젓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일본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혼자 밥 먹기 좋은 식당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은퇴하면 차라리 내가 하나 차려볼까. 장사가 될 텐데….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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