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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낙엽

벚나무 Prunus serrulata var. spontanea
낙엽

- 안경라(1964~)


생각을 비우는 일

눈물까지 다 퍼내어 가벼워지는 일

바람의 손 잡고 한 계절을

그대 심장처럼 붉은 그리움 환하게

꿈꾸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

가을 날 저물 무렵

단 한번의 눈부신 이별을 위해

가슴에 날개를 다는 일

다시 시작이다.


투명한 나뭇잎 사이로 가을 햇살이 지나간다. 봄부터 애면글면 지어온 양식을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나눠주고 가벼워진 가을 잎이다. 시름도 눈물도 다 퍼내고 눈부신 이별을 준비한다. 흙에서 길어 올린 물과 바람을 타고 온 햇살로 살아온 잎이 이제 바람을 타고 흙으로 돌아간다. 잎은 나무를 떠나지만 나무는 잎을 떠나 보내지 않는다. 가지 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낙엽 되어서도 나무의 양식인 때문이다. 잎은 고이 썩어서 새 삶의 자양분이 된다. 썩어 뭉개진 낙엽의 힘으로 나무는 긴 겨울을 지내고 다시 피어날 꽃망울을 키운다. 죽음으로 삶을 키우는 변증의 생명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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