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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점유율 98%, 그 발레에 무슨 일이?

마이요의 안무는 강렬하다. 로미오(이동훈·왼쪽)의 죽음을 알게 된 줄리엣(김주원)이 절규하고 있다. 로렌스 신부(이영철)는 고개를 돌린다. [국립발레단 제공]

두 분야 ‘선수’가 만났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50)와 지휘자 정명훈(58). 둘은 27~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화려하게 엮어냈다. 안무가는 고전을 세련되게 비틀었고, 지휘자는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20세기 음악을 관능적으로 펼쳐냈다. 5회 공연에 객석 점유율 98%. 화제의 무대를 무용과 음악으로 나눠 살펴봤다.

정명훈
 ◆들이대는 줄리엣, 지질한 로미오=순수청년 로미오와 청초한 줄리엣은 없었다. 마이요식 비틀기의 핵심은 박제화된 캐릭터를 산산이 부수는 것부터 시작됐다. 무엇보다 줄리엣은 로미오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툴툴거리다 덤벙댔으며, 때론 섹시했다. 키스를 먼저 요구하며 로미오를 침대를 끌어당기는 것도 줄리엣이었다.

 반면 로미오는 우유부단했다. 섬세한 감성을 포착해내곤 했지만 결단력이 약했다. 오히려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분출한 건 줄리엣의 어머니 캐퓰렛 부인이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오랫동안 마이요의 연인이었던 이는 몬테카를로발레단 에뚜왈 베르니스 코피에떼르였다. 그는 보통의 발레리나에 비해 키(180cm)가 컸고, 동작이 시원시원한 편이었다. 그에게 맞는 안무를 짜다 보니 캐릭터 역시 강하게 그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무대도 중세의 고풍스러움과 거리가 멀었다. 달랑 하얀 바탕의 원형 세트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조명이 투영되면서 무대엔 사연이 흘러 넘쳤다. 단출한 세트 덕에 상하좌우 이동이 빨랐고, 속도감 있는 무대 전환은 극의 밀도를 배가시켰다. 도회적인 세련됨, 압축과 절제미,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의 전형이었다.

 ◆또 다른 주인공, 서울시향=정명훈의 ‘필승조’가 힘을 발휘했다. 팀파니의 아드리앙 페뤼숑, 트럼펫의 알렉상드르 바티, 트롬본의 앙투안 가네 등 수석연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정명훈의 또 다른 악단인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이들이다. 정명훈이 서울시향 주요 연주마다 투입하는 ‘드림팀’이기도 하다. 이들의 단단한 소리가 청중의 귀를 때렸다.

  프로코피예프가 의도했을 찬란한 총주(總奏)가 이렇게 가능했다. 두 가문의 싸움과 무도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는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그간 한국 오케스트라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금관악기가 괴이할 정도로 포효하는 사운드를 맛볼 수 있었다.

 서울시향은 이날 공연을 위해 몸집을 키웠다. 발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자리는 무대 앞쪽에 아래로 파여있어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명훈은 더 크고 무거운 사운드를 위해 오케스트라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해 단원들을 앉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정원인 70명에 20명이 더 들어왔다. 정명훈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레단과 함께 공연한 것은 처음이다. 공연 전 그는 “내가 음악 하는 누이들(정명화·경화)을 둬서 반주 하나는 잘 한다”고 연주를 ‘반주’로 낮췄다. 하지만 실제 눈에 띈 것은 지휘자의 ‘필승 의지’였다.

최민우·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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