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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5060세대를 슬프게 하는 것

박재현
사건사회 데스크
지난 28일 밤 삼성서울병원 영안실.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조문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정 수석은 10·26 재·보선 다음 날 상을 당했지만 청와대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현직 수석비서관이란 신분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상을 치르려 했다. 법무부 및 검찰의 전·현직 간부와 로펌 인사들, 기업체 임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가벼운 안부 인사와 객쩍은 농담을 건넸다.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50대 이상이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던 ‘2040세대’의 대척점으로 분류할 수 있는 ‘5060세대’들이다.

 종이컵에 소주와 맥주를 적당히 섞은 ‘폭탄주’가 한 순배 두 순배 돌면서 대화의 주제는 조금씩 현실로 향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한나라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나경원 후보의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 논란 등이 도마에 올랐다. ▶20대를 좌절케 한 정치 ▶30대를 분노케 한 경제 ▶40대를 절망케 한 복지정책의 문제점과 대책을 찾고 싶어했다.

 “요즘 들어 우리 같은 사람은 골통 보수에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것 같아 서글프다”는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말에 “절대적 빈곤을 경험하면서 절제와 자기희생을 배웠는데, 요즘 세대는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는 자조 섞인 항변이 돌아왔다.

 “2040세대들의 절망과 현재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1%에 맞서는 99%의 아큐파이(Occupy) 시위’는 자본주의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탄식도 나왔다. “우리 같이 가진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기부도 하면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고, 고상한 답변도 무의미해질 무렵, 현 정부 인사와 정치인들의 조문이 시작되면서 공론(空論)은 잦아들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우윤근 국회법사위원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이 상가를 찾았다. 권재진 법무장관을 비롯해 정상명 전 검찰총장, 이귀남 전 법무장관 등이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일부 인사들은 슬며시 자리를 옮겼다. 시시콜콜한 얘기가 이어질 무렵, 임태희 비서실장은 “모든 건 저의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떴지만 화답은 없었다.

 이튿날인 29일 오후. 길태기 법무차관의 딸 결혼식이 있은 서울 혜화동성당에 또다시 많은 5060세대들이 나타났다. 성당 마당에서 담소를 나누던 한 인사는 이번 선거의 후폭풍을 걱정했다. 정치적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5060세대들이 별 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었다. 세대 간의 단절을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서글픔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재산의 사회환원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비록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사회를 위해 공헌을 할 준비는 돼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빼앗기는 듯한 느낌을 줘서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여론의 관심이 2040세대에 모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눈 감고 귀 막은 고약한 뒷방 늙은이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5060세대들은 여전히 열정과 희망으로 세상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보선에 패배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나경원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한나라당 의원 7명을 불러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뭔가. “대화와 소통을 하자”는 민심의 요구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5060세대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꼭 2040세대와 좌파적 시각 때문만은 아니다.

박재현 사건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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