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뉴스분석] LCD업계 ‘크리스털 미팅’의 재앙 … 경영난 엎친데 과징금 덮쳐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AU옵트로닉스 등 LCD업체 10곳이 다른 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행인이 AU옵트로닉스 대만 신주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신주(대만)=블룸버그]

크리스털 미팅(Crystal Meeting)은 비밀 회의체였다. 한국·일본·대만의 10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 업체들의 모임을 일컫는다. 회의는 2001년 가을 시작됐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열렸다.

장소는 주로 대만. 회의가 끝나면 참석자들은 서류를 파기했다. “동료에게도 이 회의가 있다는 것을 알리지 말자”고 서로 다독였다. TFT-LCD 패널 제품의 생산량과 가격을 담합하는 자리였다. 최저 판매가격이나 가격 변동 폭, 가격 인상 시기까지 합의했다. 회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쟁 당국에 꼬리가 잡힌 2006년까지 지속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TFT-LCD 제조업체들의 담합에 대해 과징금을 물렸다. 총 1940억원. 공정위가 처리한 국제 카르텔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자회사 2곳씩과 함께 적발됐고, AU옵트로닉스코퍼레이션 등 4개 대만업체가 포함됐다.

  이들 업체가 담합을 시작한 건 2001년 9월부터다. 한국·일본 업체들이 경쟁하던 LCD 업계에 대만 업체들이 뛰어들며 제품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때였다. TFT-LCD 패널을 주로 사용하는 TV·컴퓨터 업체들은 납품 가격을 계속 깎으려 들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먼저 회의를 제안한 건 대만 업체들이다. 회의에서 각 사는 영업 정보와 시장 전망 자료 등을 교환했다. LCD 물량 공급이 넘쳐났지만 언론에 “공급이 달린다”는 허위 정보를 흘리기로 짰다. 제품 규격·용도별로 세분화해 이들은 가격을 조정했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투표를 했고, 사업부장들끼리 휴대전화를 걸어 합의 내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체크했다.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는 업체엔 “다음 번부터는 회의에서 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이 본격적인 담합에 들어간 시점부터 LCD 가격은 움직였다. 2001년 9월 200달러 안팎을 오가던 15인치 모니터용 LCD 패널 가격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250달러 안팎으로까지 치솟았다. 공정위 윤수현 국제카르텔과장은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컴퓨터 모니터나 TV 가격도 따라 움직였다”며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은 2006년 상반기부터 미국·유럽연합의 경쟁 당국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세계 곳곳에서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만 해도 2008년 미국 법무부로부터 4억 달러(약 4600억원),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2억1500만 유로(380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민형사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뉴욕주 검찰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20여 개 LCD 업체를 가격 담합 행위로 제소한 데 이어 통신사 AT&T,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등도 줄소송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까지 과징금을 발표하자 업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공정위 측은 “총 194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실제로 거둬들이는 과징금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리니언시(담합 자진 신고자 감면제) 때문이다. 과징금 액수가 972억여원(해외 법인 포함)으로 가장 큰 삼성전자가 2006년 상반기 가장 먼저 담합을 신고해 과징금 전액을 감경받았다. LG디스플레이 역시 65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같은 해 7월 2순위 신고로 절반 남짓의 과징금만 물게 됐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담합 신고를 한 2006년 7월을 기준으로 보면 5년이라는 법적 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이라며 “서울고등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LCD 업체들이 해외 경쟁당국의 조사 및 민사소송에 힘겹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국제 경쟁력을 잃게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담합은 자진 신고 이후인 2006년 말까지 지속된 걸로 밝혀졌다”며 “자진 신고 뒤에도 담합을 저질러 놓고 법적 시효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했다.

임미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