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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라면 100만 표 차이, 한나라당 사망 선고”

10·26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선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명 변경’ ‘당 해체’ ‘지도부 퇴진’ 등의 쇄신론이 봇물이다. 당내엔 공멸의 위기감과 공포감이 크다. 홍준표 대표는 ‘한나라당 컨설팅’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그동안 한나라당과 유리된,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하는 게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젊은 층과의 소통 강화 방안과 서울시장 선거 패인 분석에도 나선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당내 혁신 주장과 논의가 주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세대 의원 모임인 ‘한·일미래구상’ 세미나 참석차 방일 중인 남경필·이혜훈·구상찬·김세연·홍정욱 등 5명의 의원은 28일 도쿄에서 ‘밤샘 혁신토론’을 벌였다. 이혜훈 의원은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으면 혁명을 당한다는 위기감 속에 당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며 “대대적인 당 혁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과 김용태 의원은 “의원직을 건다는 비상한 각오로 당 혁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에선 손학규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이날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손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2007년 대선 경선과 지난해 10월 전당대회 때 손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이긴 것을 마치 민주당이 이긴 것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이 무슨 선거대행업체냐”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원희룡 의원이 “지도부 퇴진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거론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나를 포함한 지도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데 자발적 희생이 안 되면 타의에 의해 퇴출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8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그가 생각하는 한나라당 쇄신 방안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26 재·보선 결과는 무승부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민심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의 분노와 삶의 욕구가 터져 나온 선거였고 우리는 대패했다. 한나라당의 지금 상황은 사망 선고 받은 암환자와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환자가 증상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 받겠다는 의지가 없다.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한심한 발상이다.”

-지방에선 이겼지 않나.
“지방에선 인물대결 구도가 잡혀 그나마 전통적 선거 양상이 나타났지만 서울에선 퇴출 수준의 심판을 받았다. 48%인 이번 선거를 투표율을 70%로 올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서울에서 40만 표 졌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서울에서 35만 표 뒤졌는데 그때보다 더 패배했다. 전국적으론 100만 표 차이다. 대선이었다면 정권을 빼앗겼다는 얘기인데 이게 지금 한나라당의 성적표이고 종합검진표다. 이번 선거가 총선이었다면 한나라당은 ‘110석의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121석으로 참패했다. 당시 서울에선 16석이었다. 이번엔 더 졌다.”

-서울에서 크게 진 이유는 뭔가.
“기본적으론 20~40대가 성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권과 한나라당의 구정치 행태를 심판했다. 삶이 고달프고 미래가 불안해 화가 났는데 한나라당은 그들의 불안을 덜어주기는커녕 상대 후보 비방론에 몰두했다. 그런 행태는 젊은이들 입장에서 보면 개념 없고 후진 짓이다. 게다가 우리 후보는 이명박과 오세훈으로 연결되고 동일시됐다. 1% 상류층, 한나라당의 구태 정치 이미지가 이어졌다. 정권과 낡은 정치 심판 구도를 스스로 만든 셈이다.”

-당내에선 ‘대통령이 문제’란 주장이 있다. 어떻게 보나.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실 아닌가. 대통령이 삶의 불안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런 정책에 미흡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은 현 정부에선 부자들만 좋아졌고 정권이 부자들 편만 든다고 믿는다. 여기에다 대통령 측근 비리, 사저 파문이 겹쳐 위선적이고 특권적이란 이미지가 고착됐다. 그런데도 사저 문제를 경호처장 한 사람에 대한 경질로 매듭짓고, ‘명박산성’ 쌓았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에 임명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개전의 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고만 탓할 게 아니다. 트위터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 정책 초점을 바꾸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당 지도부는 왜 물러나야 하나.
“나를 포함해 지도부가 종합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겠다. 한나라당은 선거 땐 표를 달라고 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기득권에 안주하고 군림하는 낡은 모습을 되풀이했다. 말로만 2030 대책을 얘기하고 기술과 수단으로만 디지털 대책을 세웠다. 마음과 문화가 통하고 2030 세대의 미래 불안과 절망을 정책으로 수용해야 하는데 그런 주장을 색깔론으로 몰아세웠다. 그나마 선거 땐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자기 희생과 나눔이 없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색깔론에 몰두하니 젊은이들은 헐뜯기 경쟁에만 매몰된 구태정치로 받아들였다. 이젠 정말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당내에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나.
“많지 않다. 대세는 현상 유지 쪽이다. 박근혜 대세론과 당권, 공천 약속의 은밀한 담합 구조다. 자기들만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구태 정치가 사망 선고를 받았는데 당장 수술하는 게 아파서 수술을 겁낸다. 이런 식이면 총선과 대선에선 필패다. 수권 정당의 존립기반도 무너진다.”

-박근혜 대세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서울에선 이미 깨졌다. 영남 등 일부 지방엔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의 예비 투표였다. 안철수 등장으로 모든 과정이 그렇게 진행됐다. 그런데 진 것이다. 안철수 교수를 개인으로 보면 안 된다. 야권 대선주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고 보지만 안철수 교수든 손학규 대표든 야권은 후보군이 중창단으로 움직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떤 대책이 있나.
“물론 현실적으론 박근혜 전 대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러니 박 전 대표가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져 한나라당은 정말로 영남 자민련이 될 수 있다. 유권자로부터 경고 사인을 그토록 많이 받았지 않나. 이번 선거는 레드 카드다. 먼저 박 전 대표 스스로가 획기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은 지금 박 전 대표를 낡은 정치인, 구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서민의 생활과 삶에 대한 교감이 안 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박 전 대표가 돈을 벌어 봤느냐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게 그런 뜻에서다. 또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측근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소수 특권층 이미지를 깰 수 있다. 그러려면 대다수 서민과 차단된 삶을 살아온 점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서민들의 삶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측근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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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