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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우세론은 있어도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

10·26 재·보선이 끝났지만 다시 ‘박근혜 대 안철수’의 전쟁이다. 1차전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승리였다. 안 교수가 지원한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도움을 받은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표와 안 교수가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5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때만 해도 박 전 대표의 “대전은요?”란 말 한마디가 대전 판세를 뒤엎었다. 각종 선거에서 연승을 거둬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요즘 한나라당에선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박근혜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2년 넘게 견고하게 이어진 박근혜 대세론은 안철수 바람 앞에 왜 갑자기 흔들리게 됐을까. 박근혜 대세론은 실제 꺾였는가. 아니면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을까.

지난 14∼15일 중앙일보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세대별 호감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대표는 50대, 60대 이상에서 높은 호감도를 보인 반면 안 교수는 40대 이하에서 호감도가 강세였다. <그래프 참조> 세대 투표가 계속될 경우 이런 연령별 격차는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전국 유권자 숫자를 보면 40대 이하가 63.4%라 단순 세대 대결에선 50대 이상이 수적으로 밀린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사진) 교수는 이런 지지층의 내용에 주목하는 선거 전문가다. 김 교수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분석하고 조사한 실무 책임자다. 당시 여의도연구소장인 윤여준 전 의원과 함께였다. 그는 한국 대선에선 김영삼 대세론과 이회창 대세론, 박근혜 대세론이 있었는데 지지층의 내용으로 보면 고유한 의미의 대세론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기존 대세론은 모두 보수·영남·50대 이상이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에 의존한 지지율이었다”며 “언제든지 대안이 나타나면 달아날 수 있는 지지인 만큼 대세론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하겐 박근혜 대세론이라기보다 박근혜 우세론이 맞다”고 덧붙였다.

28일 명지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대세론에 대해 물었다.

-많은 사람이 박근혜 대세론을 말하고 있지 않나.
“지지율이 고르지 않고 특정 지역과 연령에서만 높은 지지율이 나타난다면 대세론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김영삼 대세론, 이회창 지지율이 그랬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내용이 똑같다. 특히 박 전 대표 지지율엔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호감이 녹아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지지층의 40% 안팎이 박 전 대통령과의 일체감 때문에 지지한다. 박 전 대표의 주요 지지층은 영남·보수·50대 이상인데 대개 박 전 대통령 지지층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표를 행사한 20~30대는 박 전 대통령을 잘 알지 못한다. 보수 노령층에 존재하는 정서적 일체감이 젊은 층에선 희박하다. 쉽게 말해 박 전 대표는 영남·보수·50대 이상에서 흡인력이 있지만 젊은 세대와 허리 세대에선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박 전 대표가 오랫동안 2위와의 격차가 큰 여론조사 1위였는데.
“대세론엔 높은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표의 확장성이 더 중요하다. 40대·중도·화이트칼라·수도권에서 자신의 평균 지지율보다 높게 나와야 진짜 대세론이 된다. 역대 선거를 분석하면 이들 유권자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주자들이 표의 확장성이 높았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아직 이들 층에서 자신의 평균 지지율보다 낮게 나온다. 물론 박 전 대표가 현 정치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이 높고 경쟁력이 강하다. 그러니 ‘박근혜 우세론’이라고는 부를 수 있겠다.”

-젊은 층에선 왜 인기가 없다고 보나.
“20대는 취업, 30대는 육아, 40대는 실직으로 불안하다. 그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20~40대의 불안감을 해소할 비전이나 정책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 눈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친이(親李)·친박(親朴) 갈등에 묶여 있을 뿐으로 비춰졌다. 상대적으로 안철수 교수는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전국을 돌며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박 전 대표에겐 이런 행보가 없었다. 그러니 한나라당 지지층에선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일지 모르겠지만 젊은 층에선 ‘나와 무슨 상관인가’란 반문이 나온다. 장기간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한 것도 이제 와선 유권자들에게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피로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박근혜 대세론에 흠집을 낼까.
“거듭 말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란 없었다. 다만 그런 사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경제적 불만을 표출한 20~40대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선 20~40대가 한 축으로 묶이며 유권자가 재편되는 현상이 새롭게 형성됐다. 20~30대가 투표 참여율을 높이며 경제적 불안감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켰고, 40대가 가세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위기 탓에 중도가 보수를 택한 것과 달리 이번엔 중도가 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재편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대공황기였던 1932년 대선에서 이와 유사한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졌다.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를 주장하자 공화당 지지층이 대거 그에게 이동했고, 그 결과 그가 승리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서울을 제외하곤 모두 이겼지 않나.
“기초단체장 선거 승리는 일시적일 수 있다. 우리 선거는 수도권에서 시작해 그 효과가 전국으로 번져가는 경향이 있어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이번 선거에서 시작된 유권자 재편성이 정당의 지지기반을 흔들어 정당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주의 축이 완화되고 대신 세대 축이 강하게 작동할 것이란 얘기다.”

-대세론이 통하는 조건은 뭘까.
“유권자의 60%를 넘는 20~40대가 대세론을 만든다. 그런데 이들에게 박 전 대표는 벽으로 느껴진다. 근엄함과 정갈함은 소통이 없는 권위주의로 받아들여진다. 청춘콘서트처럼 젊은이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과감하게 창조적으로 과거 이미지를 타파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숨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하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이들을 껴안아야 한다.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이런 식으로 변해야 한다. 20~40대에게 한나라당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어떻게 하면 한나라당의 구성원과 생각이 젊어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이재오·김문수 등 민중당 출신까지 신한국당에 영입하며 민정당 색깔을 확 바꿨던 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젊은 층에 인기 좋은 안철수 대세론이 형성될 것이란 얘기인가.
“안철수 교수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에너지는 불안한 세대들이 품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동시에 안 교수가 백신을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등의 공적 헌신성을 보인 게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아직까진 아픔을 보듬은 수준이다. 안 교수의 비전이 정책과 강령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양날의 칼이다. 정치력을 보여주고 검증을 통해 실력이 드러나면 대세론으로 연결되겠지만 인기에 안주해 아웃 복싱만 계속하며 시간을 끌거나 검증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하면 개인적 지지도 수준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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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