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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비싸고 표지는 복잡 ... 잡스 독설 들어도 싼 일어판 전기

24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당연히 일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잡스의 전기 1권(사진·일본에서는 1, 2권으로 나눠져 출간된다)은 출간 3일 만에 5쇄가 결정돼 발행부수 40만 부에 도달했다. 11월 1일 출간되는 2권도 미리 35만 부를 찍을 예정이라 두 권을 합친 발행부수가 벌써 75만 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열광적인 반응의 한편 일부 네티즌은 일본 내 판권을 가진 고단샤(講談社)에 대한 항의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일단 책값이 비싸다는 불만이다. 전기가 출간된 20여 개국 중 두 권으로 출간된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 한 권 가격이 1995엔이니 두 권 다 사면 3990엔(약 5만8000원)이 된다. 미국의 17.88달러(약 1만9800원), 독일의 24.99유로(약 3만8800원)와 비교해 판권료·번역료 등을 감안해도 비싼 편이다. 일본 독자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전자책 가격이다. 보통 전자책(e-북)은 종이책보다 약간 저렴하게 출간되는 것이 통례. 그러나 고단샤는 전자책을 종이책과 똑같이 매겼다. 미국 전자책(11.99달러)의 네 배가 넘는 다.

그러나 잡스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진짜 문제는 더 근본적이고 디테일한 데 있었다. 바로 ‘책의 얼굴’인 표지 디자인 문제다. 미국판 표지는 잡스의 사진 위쪽으로 제목과 작가 이름만 작게 적혀 있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고단샤는 일본 출판시장의 관례에 따라 제목을 크게 키우고 광고 문구를 구구절절 적은 ‘띠지(책 표지를 감싸는 종이)’까지 둘렀다. 띠지에는 ‘최초이자 최후의 결정판 전기. 지금 밝혀지는 카리스마의 모든 것. 긴급출판!’이라는 주황색 글자가 그를 가리고 있다. 팬들은 이런 띠지가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던 잡스의 디자인 철학도, 이윤보다는 완성도를 강조했던 경영철학도 완전히 무시한 촌스러운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오랜 출판문화인 띠지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치자. 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영어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본국어 표기를 병기하는 식으로 표지의 깔끔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그러나 고단샤는 영어 제목을 크게 키우고 타이틀 밑에는 ‘독점 전기(The Exclusive Biography)’라는 표기까지 달았다. 작가와 번역자의 이름도 영어와 일본어로 세세히 적어 여백을 메웠다. 어찌 된 일인지 서체마저 촌스러워 예술적인 서체 개발에 노력했던 잡스의 일생에 딴죽을 거는 듯한 느낌이다.

디테일에 강한 걸로 유명한 일본의 출판사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단순할 것이다. 판매부수를 높이는 데는 아름다운 디자인보다 정보를 잔뜩 담은 친절한 표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설가로 유명했던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일본어판 표지에 짜증 한 번 크게 냈을지도 모르겠다. 전기에서도 나왔듯 그는 보이지 않는 컴퓨터 속 회로들까지 아름답게 정리하라고 직원들을 닦달하며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한다”고 했던, 극도의 심미주의자였으니 말이다.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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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