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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럽고 간결한 첼로 음색,나서지 않아도 빛나는 요요마

이번 앨범에선 첼리스트 요요마만 모범생이다. 이달 나온 음반 ‘고트 로데오 세션스(The Goat Rodeo Sessions·소니클래시컬)’ 얘기다. 함께한 연주자들을 살펴보자. 서른 살의 크리스 틸리는 챙챙거리는 작은 악기 만돌린을 연주한다. 미국 컨트리 음악의 재주꾼이다. 바이올린과 밴조를 치는 스튜어트 던컨도 자유롭다. 그는 악보가 익숙하지 않다. 즉흥연주를 주로 해 왔기 때문이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에드가 마이어 역시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이들은 이번 앨범을 녹음하며 즉석에서 악기를 바꾸기도 했다. 만돌린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베이스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는 등의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요요마는 악보가 익숙한 클래식 연주자다. 여섯 살에 레너드 번스타인의 찬사와 함께 데뷔한 뒤 50년 동안 주요 공연장의 톱스타로 자리했다. 물론 그 역시 다양한 장르를 맛봤다. 많은 나라의 민속음악을 탐구하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해 왔다. 보비 맥퍼린과 대중음악도 녹음했다.

하지만 그의 ‘친정’은 어디까지나 바흐·하이든·드보르자크 등이다. 틀이 짜여 있고 악보가 고정된 클래식 음악이다. 지난달 런던에서 만난 요요마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며 의견 조율이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음반 제목을 ‘고트 로데오(Goat Rodeo)’, 즉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 엉망이 돼 버린 혼돈 상태 등을 뜻하는 단어로 정한 이유다.

수록된 11곡은 모두 흥겹다. 미국 카우보이들의 노래다. 대부분 두 박으로 쪼개지는 리듬은 가벼움을 더한다. 미국의 드넓은 아침 숲 속에서 휴가를 즐기는 듯하다. 이는 모두 미국 음악 특유의 자유로움과 유머가 느껴지도록 새로 작곡된 곡들이다. 곡마다 붙어 있는 작곡가 이름에는 요요마만 없다. 나머지 멤버 셋이 작곡을 나눠 맡았다. 요요마로서는 상당한 변신과 적응이 필요했던 녹음이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요요마는 다른 동네의 연주자들과 잘 섞여 들었다. 하지만 ‘역시 요요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앞으로 나서지 않지만 요요마일 수밖에 없는 첼로 선율로 조용히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의 정확한 음정 대신 약간씩 어긋난 소리를 내지만 사려 깊은 음색과 안정적인 활 놀림은 명백한 요요마다.

첫 곡 ‘Attaboy(좋아·잘한다는 뜻의 구어)’에서는 각 악기가 같은 주제 선율을 번갈아 연주한다. 미국 컨트리 음악에 오랫동안 적응한 세 연주자가 리듬을 타고 요요마도 가세한다. 그는 어색함 없이 이 선율을 완성한다. 어깨에 힘을 뺐지만 자존심까지 버리진 않았다. 요요마 특유의 매끄럽고 간결한 소리가 나온다. 두 번째 곡 ‘Quarter Chicken Dark(그을린 닭다리)’에서 요요마는 큰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귀를 잡아끄는 서정적 선율이 있다. 요요마의 첼로다. 여섯 번째 곡 ‘Franz and the Eagle(프란츠와 독수리)’에선 피아노 등 다른 악기를 조용히 쫓아가기만 한다. 하지만 흉내 내거나 반복하는 수준이 아니다. 주관이 있다.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 남들과 섞이는 일이야말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또 첼로 소리가 흘러나올 때면 그가 남의 연주를 잘 듣는 사람임을 직감한다. 요요마가 다른 장르·악기의 소리를 유심히 경청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쟁심만으로 최고의 위치에 선 음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요마는 “남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는 음악을 할 수 없다. 다른 시대와 나라 등을 이해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큰 소리로 잘 연주하는 것보다는 ‘잘 듣는 이’가 되길 꿈꿨기에 반짝 신동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와 자연스레 섞이는 음악인이 됐다.

요요마의 클래식 음반은 꽤 오래됐다. 지난해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하긴 했지만 독주 음반은 4년 전 바흐가 마지막이다. 많은 이가 그의 정통 클래식 음반을 기다리지만 요요마는 동료의 소리를 들으며 독특한 장르를 즐기고 있다. 내년 2월엔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또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어떤 장르를 연주하든 듣는 이에게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성공이다. 분명 앨범으로 음악을 ‘듣기’만 했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미국의 숲에서 무언가 봤거나 냄새를 맡았던 것 같은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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