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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첫 영화 ‘마사…’로 미국 놀라게한 엘리자베스 올슨

Getty Images / 멀티비츠
엘리자베스 올슨(22). 맞다. 그 유명한 ‘올슨 패밀리’의 일원이다. 패션계의 아이콘이자 아주 어릴 적부터 시트콤계의 스타였던 메리 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은 그녀의 쌍둥이 언니들이다. 여기서 선입견이 생긴다. 그녀 역시 예쁜 옷 입고 쇼핑하길 좋아하는 ‘공주과’의 배우이리라는 편견 같은 것 말이다. 연기는 취미 정도로 하고, 올슨 이름을 건 브랜드 론칭이나 화보 촬영에 더 관심이 가 있으리라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하지만 리지(엘리자베스 올슨의 애칭)는 그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부순다. 놀라운 연기력과 진지한 태도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녀가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Martha Marcy May Marlene)’이 21일 미국에서 개봉됐다.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리지는 이 영화에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졌다 도망 나온 주인공 마사 역을 맡았다.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다. 극영화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 이 영화를 마친 뒤 리지는 1년 사이 다섯 편의 영화를 더 찍었다. 할리우드는 이미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LA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모두 이 주목할 만한 배우의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올슨’이란 이름에 기대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할리우드의 ‘잇 걸(it girl·잘나가는 스타)’이 됐다. 센추리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엘리자베스 올슨을 만났다.

애슐리 올슨(왼쪽)과 메리 케이트 올슨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껏 날 이만큼 흥분시키는 대본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캐릭터를 단번에 아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동화됐다. 마사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허우적대는 과정에 리얼리티가 가득했다. 이런 젊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더 많아야 한다고 언제나 생각해 왔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가 내 또래의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은 좀 우습다. 디즈니 공주처럼 순수하고 완벽하든지, 아니면 하이스쿨 드라마의 못된 치어리더들처럼 사악하든지 둘 중 하나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도저히 몰입해 연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여성의 심리에 관한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남성인 숀 더킨 감독이 썼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힘들진 않았나.

 “괜찮았다.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 ‘나는 그런 척 연기를 하고 있을 뿐 실제 그 사람은 아니야’라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극 중 인물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있나. 맹목적으로 믿었던 가치관이 흔들린다거나 심한 배신을 당했다거나.

 “없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 혹은 어딘가에 속해 있는 느낌을 찾기 위한 한 젊은 여성의 고독한 여정이자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힘겨운 투쟁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만큼은 영화 속 마사나 실제의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겪는 보편적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위해 실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졌던 사람을 만났다는데.

 “숀 더킨 감독과 함께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 한 명을 만나 봤다. 그녀의 이야기가 영화에 실제로 반영된 것은 없다. 그저 그녀가 어떤 심리 상태였고 그 일을 어떻게 회상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진 않았다. 그녀의 개인사를 너무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도 별로였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내 연기가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다.

 “관객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관객들은 뭔가 ‘만족스러운 결말’을 불만족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의 결말은 영리하다. 누구나 ‘내가 저럴 줄 알았어’ 할 만한 모호한 결말이니까. ‘불만족스러운 결말’로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 재미있지 않나.”

●언제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나.

 “아주 어려서부터다. 못 믿겠지만 우리 가족끼리 모이면 가장 앞에 나서 재롱을 부리던 것은 언니들이 아닌 나였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방학 때마다 연극캠프를 다녔고, 친구들과 놀 때도 영화나 뮤지컬·연극 같은 것을 직접 만들고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팔 조이’나 ‘아가씨와 건달들’ 같은 영화를 외울 만큼 봤다. 하지만 언니들처럼 ‘아역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성인 배우’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진짜 프로 연기자가 될 만한 재능이 있다고 북돋워 주셨고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게 됐다. 지금은 뉴욕대(NYU)에서 공부 중이다. 한 학기 동안은 모스크바에 가서 연극을 공부하기도 했다. 무대 연기가 정말 좋다. ‘햄릿’의 오필리어나 ‘세 자매’의 마샤 역을 맡는 게 꿈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는 ‘밤으로의 긴 여로’의 메리 타이론 역을 꼭 해 보고 싶다.”

Getty Images/멀티비츠
●유명한 언니들과 살아가는 일상은 어떤가.

 “돌아보면 우리 가족은 항상 카메라에 노출돼 있었다. 가족끼리 크루즈를 타건, 캐나다로 여행을 가건 그건 우리만의 시간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언니들의 일과 연관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야 언니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니들도 가끔 내 촬영장에 놀러 온다. 격려하고 응원해 주기 위해서다. 언니들 역시 내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 프린세스가 되는 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에만 묶여 있는 배우가 되지는 않겠다. 배우 생명을 오래 유지하면서도 쉼 없이 내 한계에 도전해 볼 만한 역할들에 도전하고 싶다. 첫 영화인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는 것은 아닐지 두렵기도 하다. 벌써 내려갈 길만 남아 있는 배우의 길을 가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은 …

처음으로 극영화에 도전한 젊은 영화감독 숀 더킨(29)이 각본 겸 연출을 맡은 심리 스릴러물. 2011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칸 영화제 젊은 비평가상 수상작이다.

주인공 마사가 3년간 잠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 마시 메이, 혹은 마를린이라는 다른 이름을 쓴 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것.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듯한 느낌에 행복해하던 마사는 점차 그 집단의 실체를 알고 경악한다. 고심 끝에 탈출을 감행해 하나뿐인 혈육인 친언니 루시 곁으로 도망친다. 겨우 안정을 찾은 듯하지만 3년간 철저히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기괴한 이념에 사로잡혀 살았던 마사의 트라우마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마사를 받아들이려던 루시 역시 점차 지쳐 가고, 그럴수록 마사의 정신적 상처는 더 강렬하게 그녀의 내면을 할퀴며 비집고 나온다. 엘리자베스 올슨이 타이틀 롤을, 연기파 배우 존 호키스가 사이비 종교집단의 리더 패트릭 역을, TV와 연극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세라 폴슨이 마사의 언니 루시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인 자매인 김새롬·김새미씨가 총괄 프로듀서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언니들이다. 더 어릴 적엔 언니들은 언니들의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갈 것이라고 딱 잘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언니들은 자신들만의 패션왕국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고, 난 진지한 연기자가 되고 싶었으니 길이 명확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니들에 관한 질문을 받는 것조차 병적으로 싫어했던 적도 있다. 물론 여전히 언니들과 나는 삶의 방식도, 목표하고 있는 지향점도 다르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게 나 자신을 이루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영화 ‘마사 …’ 감독 숀 더킨
“공개 오디션 … 첫눈에 주인공이구나 했다”


●엘리자베스 올슨을 캐스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마사 역을 찾고 있던 중 캐스팅 디렉터가 엘리자베스를 데려왔다. 이미 50여 명의 또래 배우를 본 뒤였다.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엘리자베스가 첫 장면의 대본을 읽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영화 연기 도전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소녀였다. 아름다웠고 독특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그녀의 눈이 수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대본을 읽는 도중 바로 프로듀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막 주인공을 찾은 것 같다’고.”

●‘올슨’이란 이름에서 오는 편견은 없었나.

 “처음 오디션장에 들어선 엘리자베스는 큰 가방 네 개를 짊어지고 온 상태였다.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막 방을 빼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디션이 끝난 뒤 덩치 큰 보디가드들이 와서 짐을 들고 나가 주진 않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사람 없다’며 다시 가방들을 짊어지고 오디션장을 나섰다. 생기가 넘치면서도 단호한 모습이 엿보였다.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는커녕 영락없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연기에 만족하나.

 “최고다. 주인공 마사 역할 같은 경우는 대사도 많지 않은 데다 설명이 많지 않은 역이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너무나도 잘 해냈다. 물론 주변에서도 우려의 시선은 많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를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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