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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납품업체와 판촉 비용 절반이상 내야

내년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당거래 시비가 불거졌을 때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된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거래 사실을 밝혀내야 처벌을 하는데, 이것이 업체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는 쪽으로 180도 바뀌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또 내년부터 납품업체와 함께 판촉행사를 할 때 반드시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게 됐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 법은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보유한 여러 매장 중 단 한 곳이라도 면적이 3000㎡(910평)을 넘는 모든 업체에 해당된다.

 법안은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한 ‘대규모소매업에 있어서의 특정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사이에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법안은 대형 유통업체가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행위를 ▶납품대금 깎기 ▶반품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상품권 구입 요구 5가지로 정했다. 구두 계약을 한 경우에 대형 유통사가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하거나 무시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납품업자가 구두 합의에 따른 ‘계약 확인 통지’를 보낸 뒤 보름 동안 대형 유통사에서 답신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부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형사 처벌을 하도록 했다. 다른 유통사와는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거나 납품업체에 모종의 보복을 하는 것 등이다. 다만 이런 행위는 대형 유통업체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부정을 밝혀내도록 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런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백화점협회가 중심이 돼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백화점협회는 최근 국회에 낸 청원서에서 “결백 입증 책임을 업체에 씌우는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이는 마치 일반 시민에게 절도범 누명을 씌운 다음 누명을 벗으려면 시민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결백 입증을 위한 자료 작성과 보관이 비현실적이라는 점도 호소했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유통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분야”라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를 국내 유통사에만 적용하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도 대형업체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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