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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있는 미혼女' 몰려든 파격 이벤트 알고보니

‘집을 가진 여성과 집은 없지만 직업이 안정된 남성을 이어 드립니다’.

 지난주 초 한 결혼정보회사 홈페이지에 30대 미혼 남녀를 위한 무료 이벤트 공지가 올라왔다. 업체 측은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 집을 소유한 사람이 늘어난 반면 남성은 전세난 등으로 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집, 여성은 혼수’라는 한국적 고정관념을 깨는 이벤트인 셈이다. 2주 만에 남성은 160여 명, 여성은 90여 명이 지원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신청자 중 두 쌍의 만남이 이뤄졌다. 기자가 현장에 나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이 두 채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젠 사람이 좋고 미래가 있다면 상관없어요.”

  회사원인 여자 1번(36)은 본인 월급과 부모님 도움으로 집을 마련한 상태였다. 소위 ‘골드미스’인 그는 “20대 때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결혼 시기를 놓쳤는데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공개하고 만나는 자리라 시간 낭비 하지 않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남자 1번(38)은 대기업에 10년 차 과장으로 근무 중이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30대 중반까지 인생을 즐기느라 저축을 많이 못했다”며 “대출을 받으면 전세금은 마련할 수 있겠지만 여성이 집이 있으면 ‘스타트라인’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소개팅을 마친 여자 1번은 “결혼이 둘이 함께 도우며 사는 건데, 누가 더 경제적으로 우월한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자 2번(31)은 “남자도 신데렐라를 꿈꾼다”며 “자존심 때문에 티는 못 내지만 결혼으로 신분 상승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때는 직장 3년 차쯤 되면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에 5년 차가 돼도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요즘은 능력 있는 여성도 많고, 남성은 군대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 진출이 늦으니 반드시 남자가 집을 마련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초등학교 발레 교사인 여자 2번(31)은 부모님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27세부터 결혼을 준비했는데 조건을 너무 따지다 보니 실패했다”며 “오히려 많이 갖춘 남성은 바라는 게 많아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를 주선한 ‘선우’의 홍보담당자 박영선씨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지원해 놀랐다”며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올라가고, 만혼(晩婚) 풍조가 늘면서 결혼 조건도 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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