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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행착오 겁나는가, 그러면 발전도 없다

어댑트
팀 하포드 지음
강유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76쪽
1만5000원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가 이 시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당연히 기업경영에 관한 내용이 많지만 정치·군사·과학·역사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기업인은 물론 조직의 리더에게 상당히 유용해 보인다.

 핵심은 ‘변이-선택-적응’이란 프로세스를 통해 문제 해결과 발전을 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좋은 실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에 나온 ‘실패학’ 관련 책들과 맥이 통하는 듯 보이지만 실패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 주장의 배경은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기 때문에 거기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고 직접적이며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힘들다는 사실이다. 실제 뉴욕이나 런던의 경우 색깔과 크기까지 구분한다면 100억 가지 이상의 제품이 존재한다는 추산이 있고 보면 변화의 속도와 복잡성에 관한 논거는 타당성이 있다. 그런 만큼 중앙집중화나 하향식 방법으로는 적절한 해법을 찾기 어렵단다. 전문가 의견도 온전히 믿기 어렵단다. 필립 테틀록이란 심리학자가 1984년부터 20년간 레이건 대통령의 대소 강경책에 관한 소련의 예상 반응 등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연구한 결과 서로 완전히 상충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예를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시행착오를 권한다. 단 ‘좋은 실패’를 하란다. 이를 위해 레닌 댐 등 스탈린의 대형 국책사업을 비판하다 처형된 러시아 산업컨설턴트의 이론에서 비롯된 ‘팔친스키 3대 원칙’을 소개한다.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것,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로 할 것, 피드백을 구하면서 실수로부터 교훈을 구할 것 이 세 가지다. 지은이에 따르면 소련의 계획경제는 수익동기라는 원동력과 민간 창업자들의 창의성 부족 탓에 무너진 게 아니라 팔친스키 처형에서 보듯 반복적인 ‘변이’와 ‘선택’이 불가능한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도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기는 쉽지 않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패를 실패로 인정 않으려는 ‘부정’, 실패에 따른 손실을 없애려고 애쓰다가 손실을 더 키우는 ‘손실 추격’, 실패를 성공으로 해석하거나 성공과 뒤섞어 버리는 ‘쾌락적 편집’ 경향이 인간 두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타당성 검증반’을 제안한다. ‘생활 전반에 걸쳐 좋은 판단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신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으로 부대조건 없이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는 뜻이다. 물론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측근을 찾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경우 ‘시장’이 꽤 잘 기능하는 ‘타당성 검증반’이라는 게 지은이의 조언이다. 시장이 ‘당신을 염려하지’는 않지만 제품을 구입하거나 거부하는 방법으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치에 대한 성찰이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명쾌한 해법이 없는데도 득표를 위해 온갖 무지갯빛 공약을 내세우는 자체가 정치혐오증의 큰 원인이 된단다. 여기에 임기 중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정치인의 조급증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한 적응과 발전을 기피해 이를 키운다. 그러니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적절 규모로) 테스트해보고 그 중 일부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정치인에게도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군은 레이더에 등장하지 않는다’ ‘경제 불도그’ ‘쓰러지는 건 하나로도 충분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지 못한 것’ 등 통찰력이 돋보이면서도 흥미를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 시대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 특히 필요한 책이지 싶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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