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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유민주주의 기반 위에 건립된 대한민국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사
지구상의 어느 국가도 하나의 정치체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그 국가의 구성원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공동의 정신적 유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근대에 들어와서 하나의 정치체 형성을 위한 가치의 공유는 더욱 절실하게 되었다. 현실적인 삶에서 균등하지 않은 인민들을 법 앞에 평등한 하나의 국민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이러한 하나 된 국민 만들기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금의 역사 교육 과정, 집필기준이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를 우리는 이해하게 된다.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소통 가능한 시민들로 구성된 국민이 되어야만 대한민국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떠나서는 서술될 수가 없다. 동시에 남북관계를 떠나서도 서술될 수 없다. 하나였던 한반도의 북부에 불법적으로 인민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하고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을 침략했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은 소련에 세계 적화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소련은 동독에서 북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인민공화국들을 건설하게 하였다. 이 인민공화국들은 하나같이 국명에 인민, 민주주의의 수식어를 붙였다. 그리고 그 수식어는 곧 사회주의, 공산주의체제를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대한국민의 공화국이 되었고 인민, 민주주의의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되었다.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적인 헌법이 자유와 민주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의 제헌헌법에 사회민주적인 요소가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적 체제의 진화 과정에서 보더라도 국가적 개입과 복지를 강조하는 요소는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사회민주주의 노선은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약칭 코민테른)의 성립을 계기로 하여 분명하게 공산주의 노선과 결별한 세력들이 가지게 된 노선이라는 것을 지적해야만 한다.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반 위에서 성립 가능한 정책노선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를 자유민주주의로 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승만, 송진우, 김구 등 건국 주역들의 체제 구상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그러면 사회 혹은 인민민주주의였다는 것인가? 건국헌법이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러면 건국 당시 극히 일부의 소수세력이었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헌법을 주도했다는 말인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자유민주주의의 “반대자요, 억압자”였다고 한다. 이들이 독재를 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했다는 것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본래 민주주의에 대한 좌우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고안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유신 시기에 만들어졌고 외국인 서독의 조항이기에 대한민국의 가치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자유나 민주주의가 인류 보편의 가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정치이념은 한국에서 고안된 한국적 표현만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일부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어떠한 방식으로 보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칙적으로 포기한 적은 없다. 대한민국은 제헌헌법 이후로 기본권을 규정함에 자유민주주의를 벗어난 적이 없고 단지 권력구조적 측면에서만 일시적으로 자유의 원칙에 제한을 가한 적이 있는 것이다.

 모호한 표현은 모호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바로 된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 더구나 국민이 공유해야 할 가치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정이 이럴진대, 청소년들에게 교과서를 통하여 체제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가지게 하고 가치관을 바로 하는 것이 더욱 새삼스럽게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등, 인권을 존중하고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복지노선을 가진다고 하는 것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 이상으로 정확하게 표현해줄 용어가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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