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똑같은 반복행동이라도 북극곰은 안쓰럽고 편중 인사는 혐오스럽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내에도 경영 혁신 모범사례로 널리 소개된 곳이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이다. 입장객이 줄어 1990년대 중반 동물원 문을 닫을 지경에 몰렸다가 ‘행동전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관람객 머리 위에 수족관을 배치해 물개들이 노는 모습을 보게 하고, ‘펭귄 산책’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96년 26만 명이던 관람객이 지난해엔 206만1519명. 올해 초 휴가 길에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찾았을 때도 추운 날씨인데도 각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북극곰 코너에서 한 가지 흠(?)을 발견하고 여기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우리에 갇힌 북극곰이 시종 일정한 코스를 반복해 오가는 ‘정형(定型)행동’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 가장자리에 가서는 고개를 크게 한 번 휘젓고 뒤돌아 온 길을 되짚어 걷곤 했다. 야생 북극곰의 활동영역은 8만㎢를 넘는다. 좁은 땅과 풀장이 전부인 사육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당연하다.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이 종종 틱(tic) 증후군에 걸리는 이치다. 호랑이나 사자도 그렇지만, 특히 북극곰은 이런 이상행동이 잦다고 한다. 전 세계 동물원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동물학대 논란을 감안해 아예 북극곰 전시를 포기한 동물원도 꽤 된다.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이 우리에 갇힌 야생동물에게만 나타나는 것일까. 인간 세상에서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하는 인사를 보며 우리 속 북극곰을 떠올린다. 임기 초부터 ‘고소영’ 파문을 부르더니 해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같은 코스, 같은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심각한 폐쇄성이요, 내향성(內向性)이다. 개방형 공직에 취직한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말은 공개모집이었지만 사전에 연줄로 자신이 내정돼 있었다고 한다. 공모 전 그 기관에 미리 가서 인사치레도 했다. 면접시험을 치르던 날,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데 며칠 전 인사를 한 여직원이 다가오길래 혹시 아는 체라도 하면 어쩌나 바짝 긴장했다는 것이다. 옆의 들러리들에게 들킬까 봐. 최근 결정된 한전 자회사 사장을 비롯해 그 숱한 감투들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씌워졌다고 추측한다면 오판일까.

 동물원 북극곰의 이상행동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관람객 탓도 있다. 그러나 습관화된 회전문 인사는 거꾸로 관람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북극곰은 안쓰럽지만 편중 인사는 혐오스럽다. 야생동물의 정형행동을 완화하는 데는 동물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되도록 야생 환경에 가깝게 맞춤형 우리를 꾸며주는 것이다. 혹시 ‘인사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같은 건 없을까. 있어도 받아들이기나 할까.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