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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37) 캐나다 사진작가 리 맥아더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속초 해안에서 바라본 일출. 강렬한 오렌지빛 하늘에 부표가 아득하게 잠겨있다.




강렬한 오렌지빛 일출의 유혹 … 동해는 그렇게 날 잡아끌었다

서울 생활 접고 삼척에서 새 생활



선선한 바람에 물결이 일렁인다. 파도가 연주하는 교향곡과 바닷새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자아낸다. 이윽고 장엄한 태양이 동해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2003년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제일 먼저 카메라를 샀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막상 한국에 와서는 서울에 갇혀 정신 없이 지냈다. 지하철 2호선을 벗어나는 것도 족히 2년이 걸렸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서울로 국한되는 것은 싫었다. 용기를 내 영어가 쉽게 통하는 이 대도시를 벗어나 탐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전국 일주를 결심하고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사진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었다. 일생에 한 번 카메라에 담을 만한 대상을 찾아 방방곡곡을 떠돌았다. 지역 축제도 숱하게 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 전남 보성의 다향제였다. 어찌 보면 보성은 완벽한 재앙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했으며, 행사장은 썰렁했다. 숙소마저 청결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두 가지를 건질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를 찍었고, 좋은 추억을 얻었다. 보성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지금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보성에 가곤 한다.



 전국 일주의 또 다른 목표는 숨은 명소를 찾는 것이었다. 문득 강원도 속초가 떠오른다. 이른 아침 대포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어선을 느긋하게 바라본 기억이 있다. 그날 동해 일출을 처음 경험했다. 강렬한 오렌지빛이 그토록 황홀할 줄이야. 서울 생활이 4년째로 접어들 무렵 나는 변화를 갈망했고, 망설임 없이 강원도로 향했다. 어디든 동해가 보이는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해변·숲·폭포 … 무지개가 늘 뜨는 곳



지금 살고 있는 삼척은 이제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 아마 이곳만큼 다양한 기후와 풍경을 가진 곳은 없을 것이다. 쨍쨍한 햇살과 비·눈·바람·태풍이 철마다 찾아온다. 모래 해변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바위 해변이, 다른 한쪽에는 텃밭과 개울과 폭포를 품은 산줄기가 펼쳐진다. ‘동굴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동굴이 55개나 있다. 그중 환선굴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회 동굴이다.



 해신당공원도 유명하다. 외국인에게 ‘남근 공원’으로 더 알려진 이곳은 전 세계 여행잡지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나도 유럽 잡지사 두 곳에서 사진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환선굴과 해신당공원 모두 사나흘 휴가를 내 둘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나 역시 삼척에 살면서 사진 찍는 즐거움과 함께 자연을 감상하는 심미안도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어느 날인가 동네 야구팀과 연습을 하는데 하늘에 정말 고운 무지개가 떴다. 팀원 중 한 명이 뭘 보느냐기에 흥분해서 하늘을 가리켰다. “저걸 봐요! 무지개가 정말 크지 않아요?”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여긴 삼척이에요. 늘 무지개가 떠요.” 그의 말이 맞다. 지형과 날씨 때문에 삼척은 신기할 정도로 무지개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무지개가 뜨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든다. 어딘가 특별한 장소가 연상된다. 삼척이 바로 그러한 특별한 곳 중 하나다. 집 현관을 나와 왼쪽으로 5분만 가면 해변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5분이면 숲과 폭포를 볼 수 있는 이곳 삼척은, 이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좋다.



정리=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리 맥아더(Leigh MacArthur)



1974년 캐나다 출생. 2003년부터 한국에서 영어 강습을 해왔다. 현재 강원도 삼척에 살고 있으며, 4년 전부터 취미인 사진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찍은 사진이 한국 및 해외 잡지에 실린 적도 있으며, 몇몇 작품은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시민 사진작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사진은 홈페이지(web.me.com/polargrape)에서 감상할 수 있다.



외국인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받습니다 한국과 맺은 인연이면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습니다. 한국방문의해 위원회 담당자에게 사연(A4 2장 분량)과 사진, 연락처를 적어 e-메일(jjijin@visitkoreayear.com)로 보내주십시오. 한글은 물론,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로 써도 됩니다. 원고가 선정되면 한국방문의해 위원회에서 소정의 고료와 롯데월드에서 자유이용권 2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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