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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제주올레 축제 준비 한창이라는데 … 함께 걸어볼까요

손민호 기자
2주쯤 전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불쑥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여행기자들 그렇게 바빠? 취재하겠다고 연락 오는 데가 없네.”



 얼른 답을 보냈다. “중앙일보는 간다고 했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니에요?^^” 문자를 보내고서 ‘서 이사장이 답답한가 보다’ 잠깐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제주올레는 다음 달 9∼12일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연다. 축제가 열리기 이틀 전인 9일부터는 20개에 달하는 국내외 트레일 관계자가 참가하는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도 진행한다. 예닐곱 명이 전부인 사무국 식구 전부가 허구한 날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며 간신히 행사 준비를 갈무리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거다. 여기엔 짐작되는 바가 있다. 여러 울력으로 잔치판은 겨우 벌여놨지만 살림이 넉넉지 못해 제주까지 많은 언론을 초청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예산이 지원되지만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



 올해 제주올레 축제는 일종의 실험이다. 제주올레는 축제를 준비하며 제주 주민을 한 명 한 명 만나고 다녔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다. 이를테면 9일 올레길 6코스 쇠소깍에서는 서귀포 초등학교 유일의 관악단인 동홍초등학교 관악단의 앙증맞은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10일 7코스를 걷다 호근마을에 들어서면 여든 살 넘은 어르신으로 구성된 풍물단이 깜짝 출연하고, 11일 8코스 대평리에선 해녀들이 나와 물질 시연과 공연을 선보인다. 축제기간 나흘 동안 제주올레 6∼9코스에서 열리는 이 같은 문화공연과 체험 행사는 50개가 넘는다. 물론 행정기관의 지원 없이 이뤄낸 기적과 같은 성과다.



 서명숙 이사장이 갑갑했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섬에서는 갖은 고생 끝에 준비를 마쳤는데, 뭍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게으른 언론은 초청받지 않았다고 해서 외면하고, 제주올레를 걷는 올레꾼은 완주 스탬프 찍는 데만 관심이 가 있고, 연예인 불러 사람 수나 채우려는 지방의 축제 담당 공무원은 제주올레와 같은 축제는 꿈도 못 꾸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거다.



 올해 제주올레 축제엔 모토가 있다. ‘가장 느리게 걷는 사람이 가장 많은 추억을 가져간다’. 서명숙 이사장이 평소 외치던 ‘놀멍 쉬멍 걸으며(놀며 쉬며 걸으며)’의 정신이다. 그러나 요즘의 걷기 여행은 본래 의미가 많이 바랜 듯하다. 정상 정복만이 목표인 산악인처럼 완주만이 목표다. 그 바빠진 걸음을 다시 늦추려는 게 이번 제주올레 축제의 진정한 취지다.



 8월 한국길모임 발족식에서 지리산둘레길을 운영하는 (사)숲길 이사장인 도법 스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걷기 여행은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걸음이 아니다.” 어찌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인데, 실행에 옮기는 건 늘 어렵다. 다음 달엔 올레길에서 작정하고 해찰을 부려봐야겠다. 마침 억새가 좋겠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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