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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시대 ⑧ 솔로캠핑

휘영청 보름달이 뜬 날 경남 하동 지리산 형제봉 정상에서 보내는 캠핑은 호젓하기 그지없다. 시루봉에서 시작된 섬진강 물길을 따라 자리 잡은 민가의 불빛이 마치 불길처럼 번져 있다.




아시는가, 혼자 노는 재미

혼자 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솔로캠핑이다. 나 홀로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해가 지면 작은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노영(露營)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배낭을 메고 다시 행선지를 향해 떠난다. 솔로캠핑은 오토캠핑과는 다르다. 일단, 조용하고 여유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솔로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짐도 간소하게 꾸려야 한다. 오토캠핑은 모든 장비를 차에 싣고 이동할 수 있지만, 솔로캠핑은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힘이 들지만 반면 몸과 마음은 홀가분해진다. 진정한 노마드(Nomad·유목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솔로캠핑은 자유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 배낭 메고 산 정상으로



솔로캠핑은 짐을 지고 1박 이상의 야영을 하며 트레킹을 즐긴다는 점에서 ‘백패킹(Backpacking)’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자유로운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이 솔로캠핑을 즐겨 찾는다. 자유를 찾아 경남 하동군 악양 들판에 솟은 지리산 형제봉(1105m)으로 떠났다. 형제봉 정상부는 마치 커다란 봉분 무더기처럼 올록볼록하다. 또한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있어 산 꼭대기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덕분에 일망무제의 시야를 제공하고, 바닥은 보드라운 수풀이 깔려 있다. 혼자서 야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점이 있었다. 하동군청 조문환(46) 계장은 “야영은 가능하지만 취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국유림 어느 곳이나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는 취사가 금지돼 있다. 다시 말해 버너·코펠을 이용해 밥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따뜻한 밥이 없어도 상관없다. 배부른 저녁보다는 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과 구름·별빛이 더 탐났다. 취사 도구가 없을수록 배낭은 가벼워지는 법. 그런 제약이 오히려 반가웠다.



 형제봉은 화개면 부춘리 뒤편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마을 앞으로 난 19번 국도에 ‘형제봉 10㎞’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임도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배낭을 메고 걷기로 했다. 마을 뒤편에서 아스팔트 길이 끊어지고, 콘크리트 길이 시작됐다. 여기에서 정상까지는 6.5㎞. 두 시간 거리다. 7부 능선쯤에 오르니 비포장 길이 나왔다. 지난여름 비가 많이 와서인지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닥이 깊이 파여 있었다. 임도가 나 있지 않았다면 약초꾼 말고는 다니는 이가 없어 보였다. 정상에 임박한 지점에 다다르니 산길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쑥부쟁이 군락이 나타났다. 뒤로는 지리산 아래를 끼고 도는 섬진강 물길이 은빛을 뿜고 있었다. 산과 물 사이 옅은 수증기 층이 피어올라 신비롭기까지 했다.



 해가 질 무렵 형제봉 정상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쳤다. 산 정상에 1인용 텐트 세 개가 터를 잡았다. 큰 무덤 위에 놓인 아기무덤처럼 살갑다. 솔로캠핑은 야영·취사·이동 장비가 필요하다. 물이 없는 곳에서 야영할 생각이라면 식수도 짊어지고 가야 한다. 모든 장비를 배낭에 넣어야 하므로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일수록 좋다. 무엇보다 혼자 캠핑하려면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항상 지도·구급약 등을 챙기고, 일기예보를 잘 확인하는 게 좋다.



 솔로는 외롭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밤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행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 이번 형제봉 캠핑도 도반이 있었다. 호젓한 캠핑도 좋지만, 처연함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자마자 해가 떨어지고, 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었다.



이른 아침 지리산 줄기의 한 봉우리 정상에서 맞는 일출. 산에서 캠핑하면 자연스럽게 일몰·해맞이를 볼 수 있다.




# 달빛 별빛 그리고 작은 텐트 하나



지리산 남부 능선 끝자락에 자리 잡은 형제봉은 천혜의 전망대다.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펑퍼짐한 시루봉(1113m)이 손에 잡힐 듯하다. 그 너머로는 우뚝 솟은 천왕봉(1905m)의 실루엣이 선명하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뻗은 25㎞의 장쾌한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로는 섬진강의 물길이 유유히 흐른다. 시루봉 아래에서 시작한 개천은 악양 들판을 지나 섬진강과 합수하고, 광양을 지나 남해로 흘러 들어간다. 장엄한 산세와 수려한 물길이 노을 속에서 불타고 있다. 산 아래 화개와 악양을 지리산과 섬진강을 두루 취한 마을이라 해서 ‘섬지마을’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이 형제봉 정상은 ‘섬지’의 배꼽 정도 되지 않을까.



 음력 9월 보름달 아래 형제봉은 랜턴을 쓸모 없는 장비로 만들어버렸다. 야영 필수품인 헤드랜턴 또한 필요 없어 텐트 안에 던져버렸다. 인공 불빛이 아니라 오직 달빛과 별빛이 비추는 산하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문득 산에서 맞는 캠핑은 없는 것이 많을수록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채만 한 텐트도 없었고 그늘막과 아이스쿨러도 없었다. 삼겹살 익어가는 소리도 없었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으면 외려 이 아름다운 정취를 방해하는 훼방꾼이 됐을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달빛과 별빛은 교교해졌다. 보름달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하늘이 보일 정도였다. 무수한 별빛에 우리 일행은 자정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히말라야 고원이나 아프리카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무수한 별빛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텐트 아래 악양 들판의 인공 불빛 또한 자연의 것처럼 보였다. 악양 들판에 점점이 놓인 가로등불은 또 하나의 은하수였다. 산 아래서부터 저 멀리 광양 앞바다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광양제철소가 밝히는 불야성은 한밤에 지는 노을이었다. 은하수가 수평선에서 불에 타고 있었다.



 이튿날 산에서 맞은 일출도 장엄했다. 텐트 안에서 머리를 괴고 누워 게으른 해맞이를 했다. 해가 뜰 무렵 지리산 능선은 한 점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형제봉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20분쯤 뒤에 형제2봉(1117m)을 만나고 이어 악양 들로 내려간다. 



10월의 캠핑장 ┃ 솔로캠핑 좋은 곳



솔로캠핑을 위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립공원·국유림은 지정된 캠핑장 외에 야영·취사를 할 수 없다. 산은 물론 계곡에서도 취사가 허용된 장소는 많지 않다. 경남 하동군 형제봉 활공장은 취사는 안 되지만 야영은 가능하다. 경북 문경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야영이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야간에 별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억새가 만발하는 울산 신불재에도 야영하는 사람이 꽤 있다. 주로 신불산 억새 능선종주를 하는 산행객이 주를 이룬다. 신불산에서 취서산으로 가는 산행로가 시작되는 데크에 텐트를 칠 수 있다.



10월의 캠핑장비 ┃ 1인용 텐트



1인용 텐트는 솔로캠핑의 필수 장비다. 소재와 무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것은 20만원부터 무게가 1㎏이 되지 않는 고산 등산용 텐트는 150만원에 달하다. 겉감 소재는 나일론부터 고어텍스까지 다양하다. 보통 폴 2개를 이용한 ‘X’자 구조가 주를 이루는데, 방수 커버를 씌우면 송편을 모로 세운 듯한 모양이 된다. 텐트 안은 성인 1명이 간신히 누울 정도로 좁은 편이지만, 그래서 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야영할 수 있다. 블랙야크 1인용 텐트는 무게가 약 1.5㎏으로, 부피도 작아 30~40L 배낭 안에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다. 겉감은 나일론, 폴은 두랄루민 소재로 가격은 26만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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