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돈되는’ 아파트 vs ‘편안한’ 단독

집을 고를 때 ‘생활의 편안함’이 우선인 일본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더 많이 선호한다. 전체 주택공급량의 60% 이상이 단독(연립)주택이다. 왼쪽 사진은 도쿄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도쿄 시내 전경. 높은 건물 사이에 단독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은 도교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츠쿠바현의 단독주택단지.




닮은 듯 안 닮은 한·일 주택 ‘생각 차이’

자동차를 타고 일본 도쿄 시내를 달리면 주변이 온통 고층 건물이다. 50층 이상의 웅장한 건물로 도시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건물 사이사이에 들어선 알록달록한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고층 빌딩 사이에 묻힌 장난감 같은 단독주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옆자리 일본인 친구는 부러운 눈빛으로 단독주택을 바라본다. 마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바라보는 한국인 친구의 눈빛 같다.



 일본 주택전문가들이 한국과 일본 주택시장이 ‘닮은 듯 다르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집’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200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진 일본 주택시장을 닮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국내 주택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집값의 하락, 임대시장 확대 등 일본 주택시장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출장에서 일본 주택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한국과 일본의 주택시장은 근간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집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일본인에게 집은 주거공간이다. 가족이 함께 먹고 자는 곳이다. 때문에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얼마나 편안하고 쾌적하게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가 집의 선택 기준이다. 한국인에게 집은 주거공간이기 전에 재테크 상품이다. 집을 고를 때 나중에 집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살기 편한 집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오랜 세월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땅(부동산)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곧 재산인 것이다.



 일본인이 단독주택을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가족들과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동경한다면 한국인은 타워팰리스를 ‘단기간에 몸값이 많이 오른 비싼 집’으로서 선망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2년간 단독주택을 지었다는 스미토모임업 마사츠구 와다(MASATSGU WADA)는 “한국인들은 단독주택을 지을 때도 나중에 팔 때 얼마나 비싸게 받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며 “예컨대 지하공간을 만드는 이유가 영화방 등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하실이 있어야 팔 때 가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두 정부의 각기 다른 주택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주택거래 관련 정책은 대부분 거래에 집중된다. 집 거래시 발생하는 세금인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완화하거나 규제한다. 집을 사고 팔기 편하게 하거나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일본은 조금 다르다.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유도책을 제시한다. 예컨대 무주택자에게 집 짓는데 필요한 땅값과 건축비를 연 1~2%에 대출해준다. 신용등급에 따라 100%까지 빌려주고 대출금은 평균 30~35년에 걸쳐 나눠서 갚도록 한다. 재산세도 다르게 측정된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주택용지를 가진 경우 땅만 가지고 있으면 세금이 비싸지만 집을 지을 경우 세금이 대폭 낮아진다. ‘사는 곳’이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소유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땅만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일본 주택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 된지 3년이 지난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경우 집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용지 1700여 필지 중 1000여 필지가 빈 땅으로 남아있다. 단독주택전문업체인 동화SFC하우징 부사장 요리치카 나가노(YORICHIKA NAGANO)는 “용인 동백지구도 7년이 돼가는데 비어 있는 단독주택용지가 절반”이라며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호하는 주거 형태도 다르다. 일본은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아파트보다 단독이나 연립주택 비중이 높다. 지난해 공급된 신규 주택 81만9000여 가구의 60%인 51만2100가 단독(연립)주택이다. 반면 한국은 단독(다세대)주택 비율이 지난해 공급된 38만6000여 가구의 28%(10만9000여 가구)에 불과했다. 1970년대 초 주택보급률을 올리기 위해 주택 대량 공급 정책을 펴면서 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어났고 아직까지 아파트가 주택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게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10년 후에도 한국 주택시장의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단독주택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전히 아파트가 중심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일본 주택시장이 바람직한 본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중 어느 곳이 좋은지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집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한번쯤은 짚어봐야겠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일본을 닮아간다면 무엇보다 집에 대한 인식부터 닮아가지 않을까.



최현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