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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뿌리는 분배 불평등 … 금융권만 때려선 해결 안된다”

금융협회장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향 및 은행의 수수료 체계 개선’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뉴시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등 4개 금융협회장들이 27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금융권의 탐욕’을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이례적으로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장에서다. 이들은 새희망홀씨(서민전용대출상품)의 대출 목표액을 내년 1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올해 9000억원이던 사회공헌 예산을 1조3000억원까지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점령(Occupy)시위’와 소비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양극화라는 근본 요인을 놔두고 금융권만 때려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경제 원로들과 학계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스페셜 리포트
세계로 번지는 ‘Occupy 시위’ 해결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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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금융의 문제에 앞서 사회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일은 금융탐욕에 대한 불만으로 포장됐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분배 불공평과 승자 독식이 원인”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가장 심한 금융에서 불만이 먼저 터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성장의 과실(果實)을 두고 벌어지는 사회 전반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많았다. 연세대 함준호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원들의 30%가 직장을 떠나고 은행이 넘어지는 등 은행들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졌다”면서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던 월가와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미국 월가는 전체 부(富)의 30∼40%를 독식하지만 한국 금융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낮은 생산성과 공급자 위주로 신뢰 상실



그런데도 금융회사가 동네북이 된 이유는 뭘까.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위주의 정부 규제만 신경을 썼지 소비자 보호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금융이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로 흐르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서강대 남주하(경제학) 교수는 “임금에 비해 낮은 생산성, 예대마진에 의존해 손쉽게 돈을 버는 안이한 영업 행태가 반감을 샀다”고 평가했다. 독과점과 담합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금융산업은 과점 산업이라 부당한 담합행위가 많이 이뤄진다. 수수료 문제 등은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이자·수수료 규제는 시장 원리로



해법에 대해 김태준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혁신적인 소비자 보호 강화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당국도 건전성 위주 감독에서 소비자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자와 수수료 인하 같은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당국이 직접 개입해 찍어누르는 것보다 시장 원리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함준호 교수는 “올해 금융회사들의 이익이 많이 났다고 당장 수수료를 내리게 하는 식의 단기적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연세대 하성근(한국경제학회장) 교수는 “인허가 사업인 금융은 제조업과는 달리 어느 정도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휘둘려 금융 인프라를 훼손시키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분별력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이익은 건전성 강화에 쓰되 배당 규제는 필요



금융회사들의 막대한 이익은 어떻게 써야 할까. 전문가들은 회사의 건전성 강화에 우선 쓰고 남은 재원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태 원장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은 금융이 제대로 안 굴러가면 원전 수출도, 자원 개발도, 녹색산업도 할 수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 안목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다한 배당은 당국이 직접 개입해 규제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하성근 교수는 “금융회사들이 과다한 배당을 가져갈 경우 국부 유출의 우려가 있고 은행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⑤양극화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금융에 국한할 게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종인 전 수석은 “최근 사태는 경쟁 위주의 경제 질서를 새로운 민주주의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금융만 뭐라 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전 총재는 “빈곤화 성장(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연 20조∼30조원의 재원으로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희·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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