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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소·기타, 징·드럼 … 국악과 양악이 살을 섞었죠

전통음악의 현대화에 힘쓰는 퓨전그룹 훌은 “한국인의 혼이 생생한 음악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고 했다. 왼쪽부터 홍도기(태평소·피리)·김엘리사(베이스)·최윤상(장구·꽹과리·북)·김선미(건반)·류하림(드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악을 국악이라 부르는 건 일종의 배타적 관습이다. 마치 한국어를 국어라 일컫는 이치와 같다. 이런 명명법(命名法)엔 음악과 언어를 공유하는 한 집단의 자부심이 반짝인다.

8년 만에 첫 정규앨범 낸 그룹 훌
남아공 월드컵 한국홍보대사 활동
“우리 음색이 고리타분하다니요
이제 세계 무대로 나가야지요”



 하지만 과연 대중음악 영역에서 국악은 자부심으로서만 건재해왔을까. 아닐 것이다. 영미식 팝과 록이 지배적이었던 한국 대중음악에서 국악은 종종 보조 장치로서만 기능했던 게 사실이다. 때론 ‘낡은 소리’로 치부됐다.



훌의 로고
 퓨전 그룹 ‘훌(wHOOL)’은 그런 반성에서 출발한 밴드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 음악을 만들자”는 뜻에서 이름이 훌이다. 최윤상(장구·꽹과리·북)·홍도기(태평소·피리)·김선미(키보드)·류하림(드럼)·김엘리사(베이스)로 구성된 이 5인조 밴드는 국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국악 역시 대중음악”이란 게 이들의 출발점이다. 2003년 결성 이후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음악을 빚어왔다.



 훌이 결성 8년 만에 첫 정규앨범 ‘핑크 블러섬 파티(Pink Blossom Party)’를 발표했다. 이 앨범을 받아든 느낌은, 뭐랄까, 새로운 언어를 접한 듯했다. 그것도 몹시 예쁜 발음과 아리따운 억양을 지닌 그런 세련된 언어 말이다. 태평소가 입을 열면, 기타가 대꾸하고, 징이 큰 소리로 울면, 드럼이 함께 울어주는 음악. 국악과 양악이 살을 섞는 틈새에서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 탄생하고 있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훌의 다섯 멤버를 만났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음악이 가능한 것입니까.



  “다들 국악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궁중음악이든 민요든 한국 전통 음악은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어울릴 수 있는 원석이죠. 한국 음악이 록이나 재즈 같은 서양 음악과도 얼마든지 조화롭게 섞일 수 있거든요. 이런 새로운 음색이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최윤상)



 세계적으로 새로운 음색. 이들은 이것을 ‘코리안 뉴 팀버(Korean New Timber)’라고 부른다. 리더 최윤상은 “훌의 음악은 퓨전이 아니다. 전에 없던 한국의 새로운 음색이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라고 설명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들의 첫 음반은 음악의 새 영토를 개척했다. ‘대륙의 혼’부터 ‘한가태평’에 이르기까지 수록곡 10곡 모두 한국적 리듬과 서양 록의 리듬이 뒤엉키며 흘러간다. 타이틀곡 ‘수.제.천’은 그 가운데 으뜸이다. 엄숙한 궁중음악에다 테크노 비트와 록의 리듬감을 보태면서 국악의 정한(情恨)과 양악의 저항이 맞물린 음악으로 재탄생 했다.



 “양악에서 일부 끌어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음악입니다. 요즘 세계 음악계의 관심사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음악에 쏠려있는데, 그렇다면 한국 음악만큼 귀한 보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서양 뮤지션들이 할 수 없는 걸 우리는 한다, 이게 훌의 음악이 가지는 기본적인 자세입니다.”(류하림)



 사실 훌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활동을 이어왔다. 2005년 독일에서 먼저 음반을 발표했고, 프랑스·이집트·터키 등 전세계를 돌며 무대를 꾸몄다. 지난해엔 남아공 월드컵 한국 홍보대사로 위촉돼 아프리카 순회공연에도 나섰다.



 반응은 실로 엄청났다. 훌의 음악에 대한 외국인들의 태도는 독일 신문 ‘뒤셀포스트’의 다음과 같은 감상평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훌이 한국 음악이라면 한국이란 나라를 알고 싶다.”



 훌의 영문 이름은 ‘wHOOL’이다. 부러 소문자 ‘w’를 썼다. “세계(world)보다 더욱 큰 훌이 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훌은 결성 8년 만에 내놓은 앨범을 들고 세계로 나갈 참이다. 28일 오후 8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펼쳐지는 단독 공연이 그 출발점이다. 이들은 “삼바를 들으면 브라질을 떠올리듯 훌을 들으면 한국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훌의 로고에는 대한민국이 들어있다. 붓글씨로 쓴 ‘훌’이란 글자가 한반도를 닮았다. ‘훌=대한민국’이란 등식이 세계인의 공식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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