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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갈라파고스 거북이와 한나라당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당사에 모여 있는 한나라당 사람들의 침통한 얼굴을 TV로 바라보다가 엉뚱하게도 갈라파고스의 거북이가 떠올랐다. 다윈의 진화론 아이디어를 제공한 곳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은 육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했고 고유한 생태계를 이뤘다. 그러나 사람들의 잦은 출입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외래 생물이 유입되면서 그곳의 일부 동물은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갈라파고스가 생물학이 아니라 사회현상과 관련해 다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일본의 정보기술(IT) 산업과 관련되어 있다. 국제적 표준보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표준을 고집하면서 일본 IT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을 두고 마치 갈라파고스의 동물처럼 고립되었다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서 IT 영역에서의 일본처럼, 한나라당이야말로 정치적으로 갈라파고스화(化)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세대별로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앞섰을 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20, 30, 40대 연령층에서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뒤졌다. 지역적으로 보면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네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앞섰는데 강남구·서초구에서 6:4 정도로 우위를 보였을 뿐 송파구·용산구에서의 득표율은 51% 수준으로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한 이들은 강남권 일부, 고령층 유권자들에게 국한된 셈이다. 서울이라는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협소하게 축소되었다.



 이런 고립은 한나라당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언젠가부터 한나라당은 매우 동질적인 소수 특권층의 정당처럼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유능한 법률가, 성공한 기업인, 고위 공직자 등 다들 그 이력이 화려하다. 모두 잘났고 성공했고 부유한 재산가들이다. 이번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나경원 후보 역시 이런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후보는 좋은 인상과 화려한 학벌에, 간단치 않은 정치적 역량도 보여줬지만,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화려한 그들’의 하나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1억원 피부과’나 ‘다이아몬드 반지’ 논란이 나 후보의 득표에 큰 악재로 작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끊이지 않았던 인사 논란 역시 한나라당의 이런 정치적 고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그렇게 ‘용하게도’ 재산 형성 논란이나 특혜 시비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골라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한 인사들은 평범한 국민이 보기에 ‘예외적이고 특별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한나라당 사람들은 마치 육지에서 분리된 채 그곳만의 고유한 진화과정을 거쳐 온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처럼 많은 국민의 눈에는 우리와 다른 별개의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실업, 고용 불안, 경제 양극화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잘나고 성공한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런 고통과는 애당초 무관한 존재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들은 국민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연민과 공감조차 갖지 못하는 별세계의 존재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괴롭혀 온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은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처럼 한나라당 역시 커다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어느 사회에나 기득권을 갖거나 성공한 이들이 존재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정치세력과 지키려는 정치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경쟁에서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공존의 노력과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수의 사람들에게 현재의 질서가 수용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등의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제기된 원인을 살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통 분담의 방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는 ‘우리밖에 없다’는 식의 오만과 편협함이 만들어 낸 결과다.



 갈라파고스는 스페인어로 거북이 섬이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많은 수의 거북이가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 비해 오늘날에는 거북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종은 멸종되기까지 했다. 내년이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총선과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된 한나라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생존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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