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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50대 아줌마에게 햇살을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올해 들어 50대 여성취업자들이 부쩍 늘어나 젊은 20대 여성의 취업규모를 추월했다고 하니 그들의 경제활동이 분명 완연해지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무척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매우 저조한 사정을 감안할 때 50대 중고령 여성들의 취업활동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길 만한 일이다. 더욱이 그동안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남편과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가사노동에 전념해오던 중고령 여성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본인에게나 우리 사회로 보나 매우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런데 이들이 취업전선에 나서게 된 배경을 알고 보면 그리 흔쾌하지는 않다. 물론 일부의 50대 여성들이 자아 성취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을 찾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다수 중고령 여성들은 어쩔 수 없는 가계사정으로 떠밀리듯 노동시장에 나서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정년이나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밀려나는 베이비붐세대의 남편들을 대신하거나 이혼·사별로 혼자서 가족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의 비싼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가정 내의 무직청년들을 돌보기 위해, 준비 없이 맞이하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한 푼이라도 벌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50대 여성들의 취업활동이 늘어나는 이면에는 그들의 남편과 자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가 집약적으로 투영되는 가족풍속도가 자리하고 있다.



 50대 여성들을 때늦은 경제활동으로 내모는 사회적 세태도 문제지만, 그들의 일자리 상태를 살펴보면 매우 가혹하기만 하다. 올 3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50대 취업여성의 68.6%가 임시·일용직의 비정규 고용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대다수가 노동관계법이나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적 배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50대 여성의 57.4%가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비중이 62.1%에 달해 대다수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0대 취업여성들의 이 같은 고용의 질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겠다면서 이들의 일터에 불법·탈법이 판치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한 노동행정이 개탄스럽다. 이들에 대해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법, 그리고 사회보험을 적용치 않으려는 사업주들의 탈법적 노무관리행태를 적극적으로 척결·시정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중고령 여성들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노동이나 서비스 일자리가 비정규직 고용 형태로서 현행법의 노동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좋은 일자리로의 진입을 막는 연령차별의 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이 같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개선의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기도 한다. 아울러 정부가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진정으로 여성들의 더 많은 경제활동 참가를 바란다면 대거 노동시장에 나서려는 50대 여성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직업훈련과 구직알선을 마련·제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정으로부터 일터로 삶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50대 아줌마들에게 ‘제2의 청춘’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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