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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지구촌 NGO 테마⑨ 에티오피아 가족계획협회 FGAE

홍해와 아라비아해가 병목처럼 이어지는 아덴만 서쪽 연안의 지부티항은 화물선들로 늘 만원이다. 1977년 프랑스령에서 독립한 지부티 공화국의 중추도시이자 아프리카 대륙 동북쪽 관문이다.



에이즈도 피임도 모르는 청소년들에 국가 대신 성교육 45년

 그곳에서 내륙 쪽으로 조금 달리면 에티오피아의 오로미아 주(州)다. 지부티에서 국경을 넘어 오로미아 주의 나자렛-아디스아바바로 이어지는 그 도로 역시 소란하긴 마찬가지다. 수많은 화물트럭이 오가며 먼지를 날리고, 길가에 늘어선 노점상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구 2700만의 오로미아 주 소도시들의 풍경이 대개 그렇다. 듀켐·데브라 제잇·모조시 등 8개 소도시들에는 매일같이 화물트럭 운전자와 성(性) 근로자, 이주 근로자나 구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직업을 찾아 시내로 흘러 든다.



FGAE의 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청소년들. [사진=FGAE 제공]
교통 요충지이다 보니 이 도시들은 타 지역에 비해 유달리 에이즈(AIDS) 유병률이 높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감염율이 높다. 이곳 15~19세 소녀들의 HIV(면역기능을 파괴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율은 같은 연령층의 남자 청소년들에 비해 무려 7배나 된다. 평균 초혼 연령은 16.5세, 초산연령이 19세다. 10대에 임신과 초산을 하고, 잘못된 성 지식 때문에 많은 아기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채 태어난다. 남녀 청소년들 상당수가 피임이 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이곳에 에티오피아의 보건 NGO인 에티오피아 가족계획협회(FGAE: Family Guidance Association of Ethiopia)가 맹렬히 활동 중이다. 청소년의 성과 생식건강을 위해, 성에 대한 무지를 깨우쳐주기 위해 밤낮이 없다. 의료 클리닉 외에 도시마다 청소년 성 건강클럽 및 청소년센터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성병치료는 물론 환자들의 성 건강 상담, 콘돔 배포, 의료기관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수시로 청소년 성 교육·연수나 워크숍·간담회 등을 열어 인식 개선 캠페인도 펼친다.



“에티오피아의 미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건강한 성 지식과 생식건강을 유지하고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를 위해 우리 단체는 지난 45년간 가족계획과 건강한 생식, 에이즈 퇴치를 위해 정신 없이 달려왔지요.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기엔 아직도 멀었어요.”



거리에서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모습. [사진=FGAE 제공]
수도 아디스아바바 시내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5층 건물의 FGAE 본부. 그곳에서 만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메코넨 타데쎄(40)는 “오르미아 주 사업은 에티오피아 전국 9개 지역사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특히 한국의 가족계획사업을 주도해온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원하는 곳이어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FGAE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순수 NGO다. 지난 1966년 의사·간호사·지역사회 지도자 등 11명의 민간 보건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결성했다.



“그때만 해도 건국 20년밖에 안된 신생국가였고, 국민들이 산아제한이나 에이즈, 성 보건이 뭔지도 몰랐지요. FGAE가 활동하니까 정부는 오히려 인구억제를 하겠다는 단체인가 하고 부정적으로까지 보았습니다. 1974년에 가서야 등록을 받아 주었지요.”



타데쎄는 “8000만 인구의 34%에 해당되는 이슬람교인들 중에는 아직도 여성할례나 일부다처제를 반대하는 FGAE의 활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에서는 지금도 15~19세 소녀들 30%가까이가 여성할례(성기 일부를 제거하는 종교적 의식)를 하고 그 중 4분의 1은 할례가 계속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열악한 사회 환경 속에서도 FGAE는 성장을 거듭했다. 사업방향도 과거 피임시술 등의 단순 가족계획에서 성 생식보건이라는 아동 및 여성생식의 총체적 보건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분야로 확대됐다. 그 동안 외국정부나 국제NGO들의 지원이 컸다. IPPF(국제가족계획연맹), 미국의 USAID, 네덜란드 및 아일랜드 정부, FHI, Safe Hands 등이 지금도 주요 기부단체들이다.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도 돕고 있다.



FGAE는 정부와 의회의 성 생식보건에 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확고한 위상을 가진 보건전문 NGO가 됐다. 지난해 4월 30일에는 국회 회의실에서 여성정책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50명과 성 생식건강 관련 회의도 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유럽의회 자문단 5명이 에티오피아 정책 실태를 살펴보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얼마나 걸릴 지 모를 ‘성에 대한 무지와의 전쟁’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이창호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남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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