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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튀는 판결 땐 이유 꼭 밝혀야” … 법원 “재판부에 압력으로 작용 우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16층 회의실.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양형(형량 결정)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열린 양형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위원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형량 결정기준 개선 회의 이견 … 권고안 의결 무산

 검찰에서는 안창호 서울고검장 등이, 법원에서는 김기정 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이 양형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위원들은 주요 안건에선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검찰 측 위원들이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는 ‘튀는 판결’은 그 이유를 판결문에 적도록 권고안을 의결하자”고 주장하자 법원 측 위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양형 사유를 판결문에 적어야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이 줄어듭니다.”(검찰 측) “양형 사유를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고한 사건을 대법원이 기각한 판례가 있어요.”(법원 측)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높이는 차원에서 양형 사유를 적어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법원조직법에도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엔 그 사유를 적도록 돼 있지 않습니까.”(검찰 측) “권고안 의결이 양형위원회 권한에 속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양형 사유에 대한 연구도 부족합니다.”(법원 측)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권고안 의결은 결국 무산됐다. 양형위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이날 신경전은 ‘튀는 판결’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입장 차이에 따른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튀는 판결’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양형위가 ‘양형 사유 기재’ 권고안을 낼 경우 형사사건 재판부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일수록 판결문에 양형 사유를 적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죄의 경우 양형기준을 따랐을 때 양형 사유를 적은 비율이 82.7%였던 반면,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은 74.6%에 그쳤다. 성범죄 판결도 양형기준을 지켰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 양형 사유를 적은 비율이 각각 78.0%, 62.8%로 큰 격차를 보였다.



 양형위 관계자는 “검찰이나 법원이나 양형기준을 지켜야 하고, 가급적 양형 사유를 판결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놓고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과 검찰로 가면 온도 차가 작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권고안에 반대하는 것은 재량권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양형 사유를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낸 검찰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법원조직법 조항 자체가 사문화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검사도 “항소심 판결문에는 양형 사유가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건 판결문에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뜻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로 정리된 사안을 권고안으로 의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지법 부장판사도 “양형위가 권고안을 내면 마치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재판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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