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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女論]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 우리는?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확실히 가을은 사람을 생각하는 철이다. 시쳇말로 하면 센티멘털하게 되어가지고, 다시 말하면 감상적(感傷的)이 되어가지고 사람을 생각하는 철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고귀하고 알기 어려운 감정이나 용어(用語)에 맞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을 생각하고…앉았을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 오늘 조선 사람의 절박한 사정이다. …그들은 목구멍에 풀칠을 하기 위하야 아무런 여념이 없는지라…”



 ‘별건곤’은 1931년 11월호를 내면서 신영철(申瑩澈)의 ‘추수기를 맞은 향촌 부형을 대신하야 농촌 사정을 학생 제군에게 소(訴)함’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은 도시로 유학 간 청년들에게 가을이 농민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계절인지를 소개한다. 전답문서를 담보로 빚을 내어 겨우겨우 농사를 짓지만, 세계공황 이후 폭락한 쌀값 때문에 벼를 수확해 봤자 제값도 못 받고 팔던 것이 당시 조선 농촌경제의 현실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농촌의 부형들은 마지막 희망인 자식들의 학비를 짜내어 보내주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 제군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신영철은 당부했다.



 “이 죽어가는 부형, 넘어져가는 농촌, 쓰러져가는 사회를 붙들어 달라고 나는 너와 너의 동무에게 이 논둑에 서서 멀리멀리 큰 소리를 질러 소리친다. 너희들은 제 집이나 제 동리에 화재가 나서 불길이 활활 올라가는 것을 쳐다보고 그것을 꺼줄 의협심이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



 이런 신영철의 외침이 있던 1930년대 전반기 조선의 청년들은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섰고, 이기영의 『고향』(1934), 심훈의 『상록수』(1935) 등과 같은 지식인들의 농촌·농민운동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다.



 시장(市長)을 다시 뽑느라 근 두 달 동안 우리의 관심은 온통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언제나 모든 것이 도시, 서울 중심인 한국이지만 최근엔 훨씬 더 심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 SNS…. 어디를 ‘접속’해도 온통 서울과 시장 얘기로 그득했다.



 그러는 동안 가을이 왔고, 벼가 익었으며, 추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제 서울의 다사다난했던 ‘이벤트’는 끝이 났으니, 잊고 있던 농촌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돌려세워볼 때다. 고된 추수작업을 하는 농민들, 그렇게 피땀 흘려 거둔 곡식을 제값 받고 팔기도 어려운 상황들, 그 속에서 나날이 깊어가는 시름. 그러한 농촌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가을이 되어야겠다.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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