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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리더란 없던 길 만들며 대중에 희망 파는 상인 … 발목 안 잡아야 모두가 승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두 손가락으로 그리는 ‘V’자 사인은 백년전쟁 때 생겨난 것이다. 1415년 10월 영국군이 프랑스 북부의 작은 도시 아쟁쿠르를 공격해 왔다. 병력이 우세한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우습게 보고 성문을 활짝 열고는 기병대를 앞세워 달려 나갔다. 그때 잠복해 있던 영국군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프랑스 기병들이 우수수 말에서 떨어졌고, 영국군 보병들이 당황한 적을 향해 돌격함으로써 승리를 거뒀다.



 화가 난 프랑스 군사들은 영국군 궁수들을 향해 “잡히기만 하면 앞으로 영원히 화살을 쏘지 못하도록 검지와 중지를 잘라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영국군 궁수들은 오히려 그 두 손가락을 펴 보이며 “할 테면 해 보라” 프랑스군을 조롱했다고 한다. 결국 영국은 아쟁쿠르 전투에서 대승했고, 프랑스 북부 땅은 영국 차지가 됐다. 이후 V자 사인은 승리의 상징이 됐다.



 마치 상대의 손가락이라도 자를 양 치열했던 선거전이 끝나고 당당히 V자를 그릴 수 있는 당선자가 결정됐다. 하지만 승리라는 당의정의 달콤한 외피는 이내 녹아버리고 쓰디쓴 시험대만이 기다리고 있음은 당선자 자신이 더 잘 느낄 터다. 축하의 박수 소리는 기대와 압력의 벽돌로 차곡차곡 쌓여 그의 어깨를 짓누를 게다.



 그 벽돌을 계단으로 만들어 시험대를 넘을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당선자의 첫걸음에 달려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나폴레옹은 “리더란 앞장서서 없던 길을 만들어 가며 대중에게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말을 실천했는지는 따로 셈해 볼 일이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처럼 그 말이 절실한 곳도 없을 듯싶다.



 없던 길이란 오른쪽 길도 왼쪽 길도 아니며 지키는 길도 바꾸는 길도, 낡은 길도 새로 난 길도 아니다. 어제까지 어느 편에 서 있었든 지도자는 갈등하는 양쪽을 모두 아우르고 이끌며 걸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大學)』이 경계하는 바가 다른 뜻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한쪽에 치우치면 천하사람들로부터 벌을 받는다(有國者不可以不愼<8F9F>則爲天下<50C7>矣).”



 그 길은 리더 혼자 찾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유권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유일한 공식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한 걸음씩 양보해 공동의 선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지지한 당선자가 아니라서 돕지 못하겠다는 건 패자의 치기다. 당선자가 힘차게 걸을 수 있도록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그가 넘어진다면 결국 길을 잃는 건 그 혼자가 아닌 것이다. 궁극적으로 승리의 V 사인을 해야 할 사람은 당선자가 아니라 서울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돼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이훈범 j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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