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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쟁 종결 인증샷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쏘지 마, 살려줘, 돈 줄게”. 영웅이 아닌 죽음 앞에 약해진 카다피 최후의 모습이다. 카다피처럼 영웅의 모습으로 천하를 호령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은 인류역사상 흔한 일이다. 다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발전한 통신수단 때문에 비굴해진 영웅들의 최후를 동영상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국제정치 측면에서 카다피 최후는 개인의 최후만이 아니라 카다피가 이끈 정치세력이 내전에 참패한 인증샷이다. 군사교리 측면에서 중심마비전략의 유용성을 다시 평가하게 하는 종전(終戰) 양상이다.



 중심마비전략이란 “교전 중인 국가 가운데 전략적 중심이 붕괴되거나 마비되면 전쟁은 끝장난다”는 이론이다. 카다피의 최후는 중심마비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몇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모든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정교하게 이론으로 설계하고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적의 중심을 무력화시켜야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첨단의 무기체계가 등장한 현대전에서 이 같은 전쟁이론을 체계화한 사람은 미국 해군대학의 존 와든(John Warden)이다. 와든은 하나의 체계로서 적을 분석하면서 모든 전략적 목표물들을 지휘부를 중심원으로 유기적 필수요소, 기반시설, 인구집단, 야전군사력 등 다섯 개 동심원으로 구성했다. 향후 전쟁에서 동심원의 중심인 지휘부를 먼저 마비시키는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를 제거하기 이전에 나토와 리비아 시민군들은 리비아의 야전군사력, 인구집단, 기반시설 등을 장악하고도 카다피를 제거하지 못해 어정쩡한 승리상태에 있었다. 전략중심인 카다피를 조기에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솔직히 시민군과 나토 지도부는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그런 기간에 양측에는 더 많은 희생이 강요되었다. 카다피를 수색해 처단하지 않고는 리비아와 나토는 향후 리비아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없다고 군사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토와 시민군이 카다피라는 전쟁중심을 마비시키는 군사작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무인항공기, 나토의 공중전력, 리비아 시민군의 지상작전, 리비아 국민의 분노’가 효과적으로 결합되었다. ‘프레데터’라 이름 붙여진 미국의 무인항공기는 카다피의 지휘소 위치이동을 정확하게 정찰하고 공격까지 가담했다. 나토군대는 이들의 탈출을 좌절시키는 공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리비아 시민군들은 카다피라는 전쟁지휘부에 대해 목숨을 건 수색, 체포, 사살이라는 지상작전을 완수했다. 분노한 리비아 국민들은 이러한 작전에 갈채를 보내는 동영상을 만들어 리비아 국내 분위기를 한 방향으로 만들어 냈다. 네 가지 작전의 성공요소 중에 가장 새로운 관심을 끈 전쟁수행 능력은 미국 공군의 무인항공기 운용능력이다. 향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 네바다 주의 공군기지에서 정찰과 공격을 주도한 미국 무인항공기의 운용능력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처음부터 나토군이 카다피라는 전쟁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군사력을 좀 더 집중, 운용했더라면 전쟁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래 전쟁은 과거 한국전쟁처럼 전선이 형성되어 장기간 전쟁을 하는 국면보다 중심마비전쟁으로 승패가 갈라질 것이다. 그리고 카다피군의 최후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군·지상군·국제협력군의 역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교훈을 진행 중인 우리의 국방태세, 전쟁태세 발전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51억원에 불과한 무인항공기의 전투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목숨을 구걸하다 분노한 시민군에 의해 재판 기회마저 놓친 카다피 생명이 전쟁종결의 관건적 조건이었다는 것이 군사적 교훈의 인증샷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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