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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 밤늦게까지 '투잡' 뭐하나 보니…

25일 오전 7시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주부 박순덕(54)씨가 거실에서 신문을 보는 남편(58)을 뒤로 한 채 출근길에 나섰다. 예전 같으면 아침을 차려 먹인 남편과 대학생 아들(23)을 배웅할 시간이지만 처지가 바뀌었다.



은퇴 베이비부머의 아내, 청년 백수의 엄마 … 50대 아줌마 일터 내몰리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남편 대신 일터로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다. 남편은 외환위기 때 실직해 그동안 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뒤로는 벌이가 변변치 않다.



 박씨는 올해 초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주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취업설계사로 취직했다. 대학 졸업 후 작은 회사 서무로 일하다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둔 지 27년 만의 재취업이다. 그는 1년 전 일하기센터에서 “50대는 식당 홀 서비스도 안 쓴다”는 말을 듣고 1년간 독하게 공부해 취업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50대 여성들이 일터로 나오고 있다. 올해 6월까지 50대 취업 여성은 사상 최대인 212만 명을 기록해 20대 여성(192만 명)을 앞질렀다. 50대 엄마 취업자 수가 20대 딸을 앞선 것은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은퇴를 목전에 둔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 714만 명)의 아내이자 취업에 실패한 ‘청년 백수’ 세대의 엄마들이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6.3%에 달했다. 50대 여성들의 재취업은 ‘나’를 되찾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가족 생계를 위한 고단한 취업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월 150만원 벌이를 간절히 갈망하며 ‘꿈의 150만원’을 입에 달고 산다.



 청주의 취업설계사 박씨는 “남편이 명퇴하면서 벌이가 시원찮고 딸(27)은 서울에서 취업했지만 제 용돈 쓰기도 바쁘다. 대학생 아들은 돈 들어갈 데가 많은데 노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내이자 엄마였던 내가 어쩔 수 없이 취업했지만 잃어버렸던 나를 찾은 것 같고, 새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대로 고단한 삶 속에 50대 여성 재취업은 새로운 삶의 출발이자 자아 실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취업 전선에 나선 50대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다수는 청소 같은 허드렛일, 노인요양사, 식당 주방일 등 팍팍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그것도 50대에 접어든 중고령 여성에게 돌아갈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이 안 되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월 100만원 안팎을 간신히 손에 쥔다.



낮엔 노인 돌보고 밤엔 정수기 코디

‘투잡’ 52세 민희숙씨는 한 달 120만원 손에 쥔다




민희숙(52)씨가 서울 창동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민씨는 오전에는 노인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오후에는 강북의 아파트를 돌며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 한 달에 120만원 정도를 번다. [강정현 기자]


 50대 들어 새로 취업한 민희숙(52)씨는 오전엔 노인을 보살피고 오후엔 정수기 필터 교환원으로 발이 붓도록 뛰어다녀 한 달에 12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그의 아침은 서울 정릉에서 창동까지 50분이 걸리는 지하철 출근길로 시작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창동의 할머니(76)를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고 구석구석 집안 청소도 한다. 4시간 일하고 받는 돈은 2만8000원. 할머니 집을 나오면 길거리 분식집에서 국수나 떡볶이로 점심을 때운다. 오후엔 서울 강북의 아파트를 돌며 가정집 정수기 필터를 간다. 민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20만원 안팎으로 대부분 생활비로 쓴다. 그는 “남편(56)은 퇴직해 집에 있고 두 딸(27·25세)은 취업은 했지만 벌이가 시원찮다”고 말했다. 그의 일과는 오후 9시쯤 집에 돌아가 남편과 자녀들 저녁상을 차려야 끝난다.



 50대 여성들이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는 순간 겪는 고초는 크다. 우선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를 찾아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50대가 되면 노안이 오고 무릎 같은 관절이 불편할 것이란 선입관 때문에 고용주의 외면을 받는다. 그래서 50대 여성들은 “20대 건강 못지않은 데 퇴물 취급한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서울 신도림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이효란(55)씨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언제 잘릴지 모른다. 어떤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붓기 일쑤지만 관리자가 지나갈 때면 무조건 웃는다”고 말했다. 서울 독산동의 한 가전 매장에서 청소 일을 하는 이순애(54)씨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다가 이혼했다. 지난해 대학에 들어간 딸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여성들의 벌이는 시원치 않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50대 여성 취업자의 평균 월 수입은 120만원. 하지만 50대 여성이 피부로 느끼는 수입은 이보다 적다. 서울 시흥의 한 대형마트 계산원인 박영애(50)씨는 “매장에서는 월 120만원을 주지만 파견회사에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실제 수입은 1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50대 여성의 취업 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찬영 수석연구원은 “50대 여성이 잘할 수 있는 실버나 교육 서비스 등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장정훈·이상화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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