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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130) 친구의 배신

1980년대 초 대구에 연 식당 ‘나드리예’에서 손님들과 함께 앉아있는 신성일(가운데). 나드리예는 81년 국회의원 선거 패배로 자금난에 빠진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재기하는 발판이 됐다.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마음에서 피가 난다. 그 상처는 지금도 나와 엄앵란에게 남아있다.

“내 아들 돈 내놔” 동창 아버지가 머리채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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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3월 1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 후 많은 빚쟁이가 몰려들었다. 서울 동부이촌동 현대APT 우리 집 아랫층에 경북중·고 동창 손모가 살고 있었다. 서울시내 은행지점장으로 꽤 성공한 친구였고,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기뻐하고 나눠먹는 사이였다. 선거 당시 얼마의 돈을 빌려준 그 친구가 우리가 부도를 낸 직후 엄앵란이 운영하는 대구의 식당 ‘나드리예’로 찾아왔다. 손님이 한창 많은 점심시간이었다. 손모는 손님들 앞에서 “엄앵란이 이리와”라며 덤벼들었다.



 “너 장사 다해 먹고 싶어? 오늘 6시까지 돈 마련해 놓아. 아니면 아버지 사람 80명 풀어 매일 같이 데모할거야.”



 몸서리 친 엄앵란은 그날 당장 다른 곳에서 빌려 손모의 돈을 절반 갚았다. 그는 “중·고 시절의 우정은 어찌된 거냐”는 아내의 하소연을 듣지도 않고 보름 내에 잔금을 마련해놓으라고 엄포를 놓았다. 손모는 채무 회수일 사흘 전부터 자신의 여든 살 아버지를 우리 식당에 보냈다. 나드리예 현관에 드러누워 있던 손모의 아버지는 내 머리채를 꽉 잡고 흔들어댔다.



 나는 여든 노인에게 머리채를 잡혔고 거친 욕을 들었다. 오른쪽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친구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토록 아들 친구를 욕보여도 되는 것인가. 한 대 치면 사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노인 때리면 내 인생 끝난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



 설상가상,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내가 협회장으로 있던 배우협회 문제였다. 79년 3월 내가 협회를 인수했을 때, 전임 협회장인 장동휘는 선거에서 사용한 식대 250만원을 협회 채무로 남겨놓았다. 내 돈으로 그 빚을 청산했다. 장동휘는 협회 재정을 마음대로 썼기 때문에 후임 협회장인 내게 회계장부를 넘겨줄 수 없었다. 그는 회계장부를 자신이 가져가는 조건으로 협회 사무실 점거를 풀었다. 새 집행부를 꾸리려면 장동휘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원수가 된 장동휘의 끄나풀 장모가 협회 운영비를 횡령했다며 나를 검찰에 고발했다. 내 회장 임기 2년 동안 협회는 9000만원 가까운 운영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11대 총선 출마로 협회에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사무국장이 운영비 2500만원을 유용한 것이다. 선거운동에 경황이 없던 중 내가 사인을 했기에 그 책임은 내게 돌아왔다.



법원에서 1차 진술 후 2500만원의 10%인 250만원을 벌금으로 내라는 판결이 나왔다. 나는 ‘노 판사’라는 분에게 말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지금 돈은 없습니다.”



 “어떻게 할 거요?”



 “(감옥에) 집어넣으세요. 몸으로 때우겠습니다.”



 나는 감옥행을 각오했다. 노 판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가라”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꺼림직한 기분으로 노 판사실에 전화해 처리 상황을 물었다. 그 쪽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무슨 벌금이요? 징수가 돼 있는데요.”



 난 아내에게 이 일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내 신변처리를 고심하던 노 판사가 엄앵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아내가 대신 그 돈을 물은 것이다. 배우협회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다. 그 즈음 70년대 중반 미국으로 간 선배 최무룡이 귀국해 협회장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비춰왔다. 최무룡은 자기 이름으로 된 2500만원짜리 수표를 배우협회에 내고 협회장이 됐다.



정리=장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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