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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역사 교과서 논란의 본질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역사교과서 제작을 총괄하는 기관은 교과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다. 새 집필기준안을 놓고 이달 17일 공청회가 열린 바 있다. 공청회 이후 국사편찬위원회가 교과부에 제출한 집필기준안이 당초의 시안과 차이가 나 논란이 이는 것이다. 바뀐 부분이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대목이라 민감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희석돼 문제가 되고 있다. 집필기준이란 제도는 역사와 국어 등 극히 일부 과목에만 존재한다. 국가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에서 오히려 희석이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셈이다.



 당초 시안에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라고 했던 구절이 “독재정권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로 바뀌었다. 독재란 표현을 넣은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진 않다. 잘못된 독재는 비판받아야 한다. 문제는 독재정권이란 표현을 왜 자유민주주의 앞에 배치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은 주요 원인이 독재정권 때문만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 역사교과서를 새로 만들려고 했던가. 가장 큰 동기는 대한민국과 북한에 대한 서술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 현행 역사교과서들이 북한의 전체주의 폐해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오히려 온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에 대해선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역사교과서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새로 만들 교과서에서도 그 같은 전철이 반복될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다.



 집필기준안의 또 다른 대목에선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아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는 데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술하는 대목에서 당초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라고 했던 구절 가운데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이 삭제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학술연구에서 역사 해석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은 사관(史觀)으로 표현된다. 사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교과서에 적용하는 문제는 차원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교과서가 사관의 경연장은 아니라고 본다. 다양성을 표현하더라도 비중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제시하는 최소한의 여과장치가 집필기준인데, 최근의 논란은 최소한의 금기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문제가 된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이어 11월에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에 대한 검토도 예정돼 있다. 이번에 중학교 집필기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현명하게 해소한다면, 고등학교 집필기준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역사교과서 개정 작업을 시작한 원초적 동기를 다시 확인해 보았으면 한다. 신중한 자세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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