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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정치 IQ’ 높이기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팀장
지능지수(IQ)를 측정해 결과를 학생 개인에게 알려주던 때가 있었다. 부작용이 있었다. IQ가 높으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낮으면 분발하면 되는데 그렇게 잘 안 되기도 했다. IQ가 높으면 방심하고, 낮으면 상심한 나머지 성적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IQ는 숫자에 불과하다. 성공 가능성과 상관관계도 제한적이다. IQ로 인간 지능을 측정하는 데 문제가 많아 학계의 비판도 거세다. 그런데 IQ는 변한다. 청소년의 경우 수년 내에 20점가량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국가와 같은 집단의 IQ도 변한다. 환경 자극의 다양화, 교육 확산, 영양 개선으로 세계 각국에서 IQ가 증가했다. 소위 플린 효과(Flynn effect)다. 30년대 초 평균적인 미국인의 IQ는 지금 기준으로는 80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지능이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우둔화(dumbing down)’ 현상이다. 문학·교육·언론 매체의 콘텐트를 엘리트가 아니라 대중이 알기 쉽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우둔화가 발생한다고 분석된다. 생산·소비활동에는 지장이 없지만 우둔화가 사회의 창의력·혁신 역량을 저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 평범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안자인 민동필 박사(물리학)에 따르면 과학자에게 좋은 연구 주제가 있고 자유로운 여건이 마련되면 머리도 좋아진다. 그러나 연구 환경이 학자들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쉽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가 학자들에게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결과 뛰어난 잠재력이 있는 학자도 평범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민 박사는 목격했다.

 인간 활동은 분야가 달라도 비슷비슷하다. 지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은 정치 세계에서도 벌어진다. ‘정치 IQ’라는 게 있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 IQ는 어떤 상황일까. 아마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높아졌을 것이다. 유권자들이나 후보들이나 정치적 지능·지식 수준이 높아졌다. 보수·진보 정부를 다 겪어본 데서 오는 정치 학습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거나 최소한 준(準)선진국이다. 일단 선진국이 된 다음에는 모든 분야의 성장세가 둔화된다. 선진국에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IQ 성장세까지 둔화된다. ‘정치 우둔화’ 현상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볼 만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예컨대 1950년대의 정치 사상·철학 문헌에는 한국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담론을 편 것들이 있다.

 문화의 소비자나 투표를 앞둔 유권자가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을 싫어하면 우둔화가 진행될 수 있다. 학자가 기념비적인 과제보다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에 끌릴 수 있듯 문화의 생산자는 쉽게 팔릴 수 있는 상품을, 정치인은 쉽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에는 검증·네거티브 중심의 캠페인뿐만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지역구도에 의지하는 방법이 있다. 유권자들이 여야의 텃밭을 용인하면 선량들이 IQ 좋다고 공부 안 하는 학생처럼 될 위험성이 있다. 유망 정치인이 평범한 정치인이 될지 모른다.

 좋은 연구 과제가 좋은 과학자를 만들듯 좋은 정책 과제가 좋은 정치인을 만든다. 앞으로 복지에 중점을 두지 않겠다는 정당은 없다. 복지는 훌륭한 정치인을 양산할 수 있는 분야다. 오늘 당선될 서울시장이 복지 문제를 시정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우둔정치(Idiocracy)’라는 2006년 미국 영화는 500년 후 세상이 무대다. 사람들이 우둔하게 돼 정치도 우둔하게 된 세계다. 정치 공동체의 높은 지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답보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향상된 지력(智力)을 국가 발전, 정치 발전에 동원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후보들의 면면, 정책, 당선 이후의 성과를 따져보는 데 머리를 잘 활용하는 유권자와 국민이다.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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