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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아야 소피아

근래 다녀왔던 터키의 옛 수도 이스탄불은 원래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서기 324년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로마의 수도가 됐다. 동로마 제국 시절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장 유명한 기독교 성지는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537년 완공한 아야 소피아 성당이다. 길이 77m, 너비 71.7m, 높이 55m에 달하는 사각형 성당인데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하는 지주가 기둥이 아닌 돔이란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헌당식 때 “솔로몬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노라”고 외쳤다는 일화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도시를 함락시키면서 성당도 위기에 처한다. 메흐메트는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이슬람식 예배를 드린 후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외쳤지만 성당을 파괴하는 대신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게다가 벽면을 장식한 기독교 모자이크도 지워 버리는 대신 석회를 발라 덮으라고 명했다. 1923년 터키 공화국 수립 후 석회를 벗겨내면서 우리는 1500여 년 전 비잔틴 회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의 아야 소피아 박물관인데,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를 파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전 국민의 98%가 모슬렘이므로 기독교 성화를 파는 상인들도 이슬람교 신자다. 그러나 수니파가 대부분인 터키 모슬렘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존중한다. 1461년 메흐메트 2세가 조성한 재래시장 그랜드 바자르를 둘러보다가 이집트에서 온 물건의 집산지였던 이집션 바자르까지 오면 다리가 아프다. 그러면 이집션 바자르 곁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 예니 자미에 들어가면 된다.



 푹신한 양탄자에서 쉬고 있으면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시간 때 주위 상인들이 몰려 들어와 예배를 드린다. 자신의 신앙을 고수하면서 타인의 신앙도 존중하는 터키 모슬렘이야말로 종교 갈등이 극심한 현 시대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 아닐 수 없다. 탁심광장이 있는 이스탄불 신시가지 이스티클랄 거리 한복판에는 성 안토니오 교회가 있다.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공존의 철학을 지닌 나라의 동남부 반(Van)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비단 고조선·고구려와 형제국이었던 흉노의 후예들이란 사실까지 소급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곤경에 처했을 때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은 나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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