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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발 풍부한 화면에 방송사도 놀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송사 편성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KBS·MBC·SBS·YTN 등 방송3사는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마중나오는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기존의 편성 스케줄을 바꾸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각 방송사들은 13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의 청와대 출발부터 평양 도착까지 소식을 특보(혹은 특집)로 내보냈다. 특히 북한 도착소식은 SNG를 통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평양에서 화면을 생방송 전송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공동취재단(총 25명)이 취재한 화면은 녹화형태로 속속 각 방송사로 전해졌다. ENG카메라 4대(2인1조)가 각각 김대통령이 머물 백화원초대소와 프레스센터가 있는 고려호텔, 평양의 거리 등으로 나눠 취재했다. 다각도에서 포착한 평양의 거리 풍경 등이 국제위성인 인텔샛을 통해 생방송과 진배없이 속속들이 안방으로 보내졌다.

이런 풍부한 화면 덕분에 방송사들은 특보 이후 내보내기로 했던 전문가 대담프로나 재방송 프로들을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이날 오후 1시20분에 방송하기로 했던 KBS의 〈제13회 만경대 국제마라톤〉이나 MBC의 특집다큐멘터리 〈비화 남북교류〉(오후 1시40분 예정), SBS의 〈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영상기획 평양2000〉(낮 12시) 등은 특보에 밀려 취소됐다. 오후와 저녁의 주요 기획프로들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된 채 특보로 채웠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방송사들조차 평양에서 어떤 일정에 따라 어떤 화면이 전송될 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방북단의 일정이 철저히 미공개로 이뤄지는 탓에 각 방송사들은 북한측으로부터 방송보도에 대한 상당한 통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KBS 기획통제실의 안형환 기자는 "김대통령의 도착장면 정도만 생중계하고 나머지 풍경은 편집된 형태로 보내질 줄 알았다"며 "북한측 검열이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풍부한 화면이 전송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SBS 정상회담 준비팀의 남상석 차장도 "북한측 보도통제를 걱정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북한의 전향적 자세에 놀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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