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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로 샤워 … 숲 길 천천히 걸어보시겠어요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감을 자극하는 숲의 환경은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질병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게티이미지]


[커버스토리] 숲 치유



김낙배(60·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씨는 20년 넘게 고혈압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외출을 하더라도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했고, 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내가 던진 “숲 속에서 지내볼래?” 한마디에 김씨의 인생은 확 달라졌다. 숲 속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고 나서 수축기 혈압이 평균 141㎜Hg에서 120㎜Hg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아예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유명산 부근으로 생활 터전을 옮길 예정이다. 김씨는 “아침에 먼동이 트면서 새소리가 들리니 자연스럽게 일어나 걷게 된다. 가슴이 탁 트이고, 하루 종일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 ‘치유의 숲’ 올해 8만명 넘게 찾아



‘숲’이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산림청 주도로 치유의 숲이 조성되기 시작한 뒤 숲을 찾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산음휴양림 프로그램 참여자 수는 2009년 1067명에서 지난해 2599명으로 2배 이상, 전남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을 찾은 사람은 지난해 약 7만 명에서 올해 8만 명을 넘었다. 숲이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일본·미국에선 숲 치유가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돼 있다. 독일은 숲 치료에 활용하는 병원 수만 300곳이 넘는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우울증 치료를 위해 숲이 ‘그린 닥터’로 애용된다. 숲이 울창한 독일 바트 뵈리스호펜 시는 인구가 1만5000여 명밖에 되지 않지만 숲 치유 목적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일본은 2010년 기준 치유 목적의 산림 테라피 기지가 45개에 달한다.



 고려대 통합의학연구소 이성재 소장은 “국내에선 지난 7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이 개정·공포되면서 질환별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법에 따라 산림치유지도사가 배출되기 시작하면 숲의 활용도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림청은 경기도 양평, 강원도 횡성, 전라남도 장성 3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앞으로 전라남도 화순 등 전국적으로 4곳을 더 조성할 예정이다. 산림치유마을, 중독치유센터 등이 포함된 국립 백두대간테라피 단지도 경북 영주와 예천에 조성 중이다.



항염증·항산화 작용 … 환절기 코감기에도 효과



숲의 어떤 기능이 치유 효과를 가져올까. 울창한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는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때문. 피톤치드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생리활성을 촉진해 마음이 안정되고, 항염증·항산화 작용을 한다.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을 도와준다.



 숲에는 ‘음이온’도 풍부하다.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뇌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김린 교수는 “ 숲에 있으면 나무나 흙, 꽃으로 시선이 가면서 여유가 생긴다. 여기에 새소리와 바람소리는 뇌에 휴식을 준다”고 말했다.



 장성 편백 치유의 숲에서 활동 중인 이경숙 숲해설가는 “숲을 찾은 아이는 ‘편백나무 조각 길’을 걸을 때 따갑다고 말하면서도 시원함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난다”며 “환절기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의 코도 시원하게 뚫어준다”고 설명했다.



면역력 강화시켜 암 재발 막는 데 도움



숲 치유는 암 환자 치료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 유방암에 걸려 부분 절제술을 받은 신윤옥(63·서울 자양동)씨는 팔다리가 저린 증상이 심했다. 항암치료 때문에 면역수치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6월 2주 동안 산림청과 고려대 통합의학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치유의 숲’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신씨의 백혈구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연 속에서 복식 호흡하기, 숲길 맨발로 걷기, 숲 속 생태의자에 앉아 명상하기를 반복했다. 신씨는 “산속에 앉아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는 기분이 들면서 심신의 고통이 사라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일본 닛폰대 모리모토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숲의 치유 효과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숲에 머물게 한 결과, 면역세포인 ‘NK(자연살해)세포’는 증가하고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많이 감소했다고 2008년 발표했다.



 산림청 산림이용국 전범권 국장은 “숲에서 환자가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치유 공간을 현재 보수·신축 중”이라며 “질병예방·치료·재활까지 포괄하는 통합의학 프로그램 구현이 숲 치유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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