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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니, 현대미술이 보이네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 강신일(오른쪽)과 그의 조수 켄으로 나오는 강필석의 열연은 2인극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꼭 미술 분야에만 해당되진 않을 듯싶다. 세상에 이런 선배나 상사 꼭 있다. 멋있기는 한데, 있어 보이기는 한데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공연리뷰] 2인극 ‘레드’



 “뭐가 보이나? 그림이 숨을 쉬게 해. 자네에게 말을 걸게 하란 말이야. 그림이 퍼져나가게 해. 자네를 껴안고 자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채울 수 있게 하라고. 그림과 만나라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란 말이야!”



 이토록 뜬금없고, 대책 없는 지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래 뭐가 보이나. 구체적으로 말해봐. 아니 정확하게!” 아마 이 사람, 정말로 내 의견을 또렷하게 얘기한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이렇게 답할 게 분명하다. “요즘은 모두들 모든 걸 좋아해. TV도, 샴푸도, 팝콘도…. 모든 게 좋고 예쁘고 마음에 들어. 도대체 안목이란 건 어디다 내다버린 거야.”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는 이 사람, 근데 실존 인물이란다.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였던 마크 로스코다. 연극 ‘레드’는 바로 로스코의 예술혼을 그의 제자 켄을 통해 투영하는 2인극이다.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연극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최근작이기도 하다.



 이 연극, 조금 어렵다.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소 낯선 용어가 툭하면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신 극을 좇아가다 보면 현대 미술 흐름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는 건 신기한 일이다. 입체파가 무엇인지, 피카소가 어떻게 유명해 졌는지, 추상표현주의는 어떤 이들이며 잭슨 폴락은 어떤 유파에 속하는지 알게 된다. 현재는 이미 신화로 군림하고 있지만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1950년대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로스코는 이 말을 자주 한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 입체파 이후 추상표현주의 도래의 필연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게다. 분명 예술은, 아니 사회는 기성 체제에 대한 반항과 단절을 통해 진보한다. 하지만 그토록 거부하던 기득권이, 때론 자신이 그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음을, 그래서 자신이 내뱉은 말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음을 로스코는 알았을까.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면서도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수작임에 틀림 없다. 다만 초·중반 겉도는 듯한 대사와 단단하지 못한 밀도는 흡인력을 떨어뜨린다.



최민우 기자



▶연극 ‘레드’=11월6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4만4000원.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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