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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일부, 카다피

유학(儒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 개혁, 사회 혁명에 대한 사상이 담겨 있다. 『맹자(孟子)』뿐 아니라 유학 경서(經書) 곳곳에 사회 개혁, 사회 혁명에 대한 사상이 담겨 있다. 그중 하나가 『맹자』에 나오는 일부론(一夫論)이다.



 제선왕(齊宣王)이 신하인 탕(湯)과 무(武)가 임금인 걸(桀)과 주(紂)를 정벌하고 죽인 예를 들면서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弑害)하는 것이 옳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자는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는데, 잔적(殘賊)은 일부(一夫)에 불과합니다. 일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했다(『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한 사내를 죽였지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를 독부(獨夫)라고도 하는데, 악정(惡政)으로 백성들에게 버림받은 임금을 뜻한다. 이런 일부(一夫), 독부(獨夫)는 신하나 백성들에게 맞아 죽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제선왕에게 한 것이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동양 사회에서 임금이 되는 것을 천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천명의 징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비한 계시가 아니라 백성들 민심의 귀일(歸一)과 순응(順應)이다. 그래서 민심이 떠나면 임금 노릇도 끝인 것이다. 『순자(筍子)』 왕제(王制)편에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라는 구절이 있다. 백성들이 임금이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 수장(水葬)시키기도 한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의 개혁정치가 윤휴(尹?)는 숙종 1년(1675) 『어제 주수도설의 뒷면에 적다〔御製舟水圖說後小識〕』라는 글에서 “(전하께서) 길게 생각하시면서 사문(四門)을 나가 널리 다니시며 멀리 바라보시면 망국(亡國)의 빈터가 반드시 몇 군데 있을 것이니 이것으로 두려움을 생각하시면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망한 왕조를 생각하면서 임금 자리가 얼마나 두려운 자리인 줄 알라는 뜻이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친애스러운 것이 임금이 아니며 두려운 것이 백성이 아닌가?〔可愛非君 可畏非民〕”라는 말도 마찬가지 뜻이다. 가장 두려운 존재가 백성이란 뜻이다. 백성들에게 버림받은 일부(一夫) 카다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카다피의 현재는 백성들에게 버림받은 전 세계 모든 일부들의 미래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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