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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잘못 지적하는 사람 없으면 권력자는 언제나 자기가 잘하는 줄 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며칠 전 점심 먹는 자리에서 모 신문사 편집국장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낮이나 밤이나 국장 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니까요.…” 밥 자리든 술자리든 모였다 하면 선배나 후배나 다 자기 욕을 하는 것 같은 ‘환청’(?)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신문사 편집국장의 성적표는 매일 아침 지면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가 오죽할까.



 말단일 때는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지위가 올라갈수록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왠지 왕따 당하는 듯한 소외감도 높은 지위의 대가 중 하나다. 윗사람은 마음을 열고 허물없이 대한다고 하지만 아랫사람들 입장에서 어디 그런가.



 그래서 현명한 리더는 조직 내 여론과 안팎의 평가를 가감 없이 전해주는 잔소리꾼들을 곁에 두고 활용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과 냉정한 평가를 자성과 신독(愼獨)의 재료로 삼는다. 반대로 “우리가 제일 잘했다”는 자화자찬이나 “내 판단이 옳았다”는 자기최면으로 자리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려는 사람도 있다. 조직의 사기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독선이거나 아집인 경우가 많다. 실패한 리더가 대개 그렇다.



 절대왕조 시대에도 현명한 군주는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는 쓴소리꾼들을 측근으로 거느렸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名君)으로 꼽히는 당 태종은 “군주가 스스로 남들보다 총명하다고 생각해서 멋대로 군다면 부하들은 틀림없이 그의 비위를 맞추려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군주는 나라를 잃고 부하들도 목숨을 보전할 수 없게 된다”며 귀에 거슬리는 충고를 오히려 권장하고 격려했다.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중국 역사의 황금시대는 위징, 방현령, 두여회 같은 간관(諫官)과 당 태종의 합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은 당 태종 때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 있다. 야당의 견제가 있고, 언론의 감시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성공한 지도자가 드문 까닭은 역시 주변에 쓴소리꾼 노릇을 하는 참모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나 언론이 문제 삼기 전에 세간의 여론과 평가를 먼저 전해주고 잘못을 일깨워주는 참모들이 없거나 있어도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론, 언론, 야당의 삼중 포화에 시달리다 실패한 지도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가 결국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야당이 없고, 제대로 된 언론이 없고, 쓴소리를 하는 참모가 없는 ‘삼무(三無) 권력자’의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다.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신은 영원히 잘못이 없다고 믿는 것이 권력자의 속성이다. 쓴소리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것을 약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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