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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대형마트 네 곳 틈서 살아남다

대구 서남신시장 복판의 모습. 높이 13m의 투명 플라스틱 지붕을 씌워 마치 쇼핑몰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시장에서 500m도 안 떨어진 자리에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하나. 사방 1.5㎞ 안에는 대형마트가 네 곳. 웬만한 전통시장 같았으면 주저앉았을 여건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상인들이 합심해 시장을 새로 꾸몄고, 그 결과 손님은 나날이 늘고 있다. 21~23일 대구의 종합전시장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11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상인회 대표 현호종(44)씨가 최우수상인 ‘산업포장’을 받은 대구시 감삼동 ‘서남신(新)시장’ 얘기다.

대구 서남신시장 이야기



1970년대 후반 형성된 서남신시장은 2000년대 중반 위기를 맞았다. 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가 들어온 데다 이른바 ‘신용카드 대란’의 여파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다. 상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장사 접고 다른 데 가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을 때 계 모임을 하던 당시 40세 전후의 젊은 상인 5명이 모였다. 지금의 현호종 상인회장과 엄동원(47) 수석부회장 등이었다. “이대로는 전부 쪽박 찬다. 어떻게든 살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리 저리 뛰면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논의 끝에 정부 지원을 받을 제 1호 사업으로 시장에 투명 플라스틱 지붕을 씌우는 것을 택했다. 시장 전체를 쇼핑몰처럼 만드는 ‘아케이드화 사업’이었다. 비나 눈이 와도 손님들이 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서남신시장에는 대형마트처럼 쇼핑카트가 있다. 지난 21일 고객들이 쇼핑카트를 몰며 장을 보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하지만 사업 추진은 난관에 부닥쳤다. 정부·지자체의 지원에는 조건이 달렸다. 사업비의 10% 정도를 상인들이 자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체 아케이드화 사업비가 40억원이니 4억원을 170여 명의 상인이 갹출해야 했다. 1인당 230여만원. 반발이 거셌다.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하는 판에 생돈을 내놓으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냐”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반대하시는 쪽 대표를 모시고 이미 아케이드화를 끝낸 수도권 시장들을 함께 돌아봤습니다. 깨끗한 시장의 모습에 두말 없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시더군요.”(현호종 회장)



서남신시장의 ‘에코포인트’ 기록장치.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방문만 하면 50포인트(원)가 쌓인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2007~2009년에 걸쳐 아케이드화를 끝냈다. 한편에선 유아놀이방·도서대여시설·개인사물보관함을 갖춘 125㎡(38평)짜리 고객 휴게실도 꾸몄다. 지난해 말에는 쇼핑카트를 비치했다. 올해엔 ‘에코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시장을 방문만 하면 하루 50포인트를 쌓아주는 제도다. 100번을 방문해 5000포인트가 되면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 5000원짜리를 준다. 자주 찾다 보면 단골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 전략이다. 쇼핑카트와 에코포인트제는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시범사업을 벌이려는 것을 알고 찾아가 유치했다. 상인들 자체로도 ‘쇼핑 여건 개선 운동’을 펼쳤다. 지금은 신용카드 받는 집이 70%를 넘고, 농수산물 중에 원산지 표기 의무가 없는 것도 모두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시장이 깨끗하고 편리해지면서 손님 발길이 잦아졌다. 현 회장은 “5년 전 하루 평균 4000명이던 방문객이 지금은 8000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그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1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온 주부 박정미(43·대구 감삼동)씨는 “깨끗한 데다 장사하시는 분들과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덤까지 얻는 재미에 대형마트를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고객으로 젊은층까지 가세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화장품 전문 매장인 아리따움·더페이스샵에 커피전문점이 시장 한복판에 들어왔다. 지금 서남신시장은 어물전·야채가게·족발집에 화장품점·커피점이 뒤섞여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 서남신시장은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대구시와 달서구가 시장 바로 옆 일부 주택가를 허물고 주차장을 지어주기로 한 것. 현 회장은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언젠가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 상인들의 투자만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구=권혁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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