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임경선의 ‘여자란 왜’] 나를 보여주는 전신거울, ‘뒷담화’

임경선 칼럼니스트
『어떤 날 그녀들이』저자
얼마 전 여자친구 네 명이서 주말을 틈타 일본 온천여행을 다녀왔다. 바쁜 일상에서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각자의 고민 상담을 벼르던 여행이었다. 우린 다다미방 위에 나란히 이불을 깔고 누워 실로 많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 ‘뒷담화’ 말이다.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 뒷담화 ‘까는’ 것이 진짜 즐겁다. 공통의 여자 지인, 혹은 서로 모르지만 “내 주변에 이런 이상한 여자가 있다”라며.



 뒷담화를 까는 대상은 주로 두 가지 유형이다. 내가 못 가진 걸 가진 ‘재수 없는’ 여자, 혹은 내가 가진 단점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 ‘동종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여자. 상대를 향한 비난은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비추는 사방 전신거울인 셈이다. 우리는 친구가 고민을 직설적으로 토로했을 때보다 친구가 눈을 분주히 깜박거리며 세련된 간접화법으로 풀어내는 뒷담화에 그녀가 현재 품은 복잡한 마음의 핵심을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게 된다.



 다음 날 우리 네 명은 숙소를 옮겨 방을 두 개로 나눠 썼는데 난 먼저 자고 내 룸메이트는 옆 방으로 건너가 밤새 또 맥주캔 벗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 날 아침 넌지시 물었다. “너네 셋이 내 뒷담화 깠지?”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당시 정황을 예의상 각색해 말해준다. 연이어 우리는 뭣도 모르고 늦잠 자고 있을 옆방 친구에 대한 ‘해장용’ 뒷담화를 깠다. 너무들 한다고? 괜찮다. 우리 넷은 서로 다 그럴 줄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방관할 줄 알 때, 아니 이젠 서로를 면전에 두고도 ‘앞담화’를 할 수 있을 때 여자의 진정한 우정이 탄생한다.



 그렇다. 우리는 자존감이 충만해 남의 뒷담화를 깔 필요가 없는 완벽한 여자 따위는 친구로 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저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