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월가 점령 시위’ 사랑하는 북한

안착히
jTBC 정치부 차장
영어 관용어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The pot calling the kettle black’. 숯이 잔뜩 묻은 솥이 주전자가 검다고 흉본다는 뜻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우리 속담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성경에도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다른 사람 흉보지 말고 너나 잘하라는 충고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보도하는 북한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18일자에 이례적으로 미국의 뉴스를 전했다. ‘사회주의의 절대적 진리성에 대한 력사의 확증’이라는 기사다. 미국에서 월가 점거 시위가 일어났다며 ‘자본주의에는 미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시위가 ‘착취계급에 대한 피착취계급의 쌓이고 쌓인 분노의 폭발’이었다며 늘어나는 실업자와 빈궁자 수, 줄어드는 가정수입, 폭락하는 뉴욕증시, 치솟는 국가채무 등 미국 사회의 문제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기사의 결론은 뻔하다. ‘김정일 동지가 천명한 사회주의가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주의는 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이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가장 인민적인 사회주의’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토록 인민대중을 위한다는 북한에서 왜 주민은 굶주리고 있으며 수만 명의 탈북자들은 타국을 떠돌며 방황하고 있는가.



 17일에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저녁뉴스 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는 월가 시위를 보도했다. 북한 아나운서는 엄숙한 톤의 목소리로 “미국, 이딸리아, 도이췰란드, 프랑스, 영국, 에스빠냐에서 수많은 각계층 군중이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시위 현장의 화면을 현장음 없이 2분30초 동안이나 보여줬다. 시위대가 백악관 주변을 가두행진하는 모습부터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로마 거리의 모습까지.



 민주주의의 바람이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때는 완전 침묵했던 북한 매체들이 월가 시위는 집중 보도하며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를 접한 북한 주민들이 사악한 자본주의의 멸망을 확신하며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찬양했을까?



 탈북자들의 증언과 정보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이젠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바깥 세상 사정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얘기다. 서방의 한 온라인 매체에서 ‘북한은 월가 시위를 사랑한다(North Korea Loves Occupy Wall Street)’는 글을 올렸다. ‘북한은 숯 검댕이 솥’이라는 비아냥이다.



안착히 jTBC 정치부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