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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받을수록 세금 더 내 … 빛 못 보는 퇴직연금

중소기업 부장을 하다 퇴직을 앞둔 한승남(55)씨. 은행의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있는 1억원을 어떻게 수령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연금식으로 받으라는 은행 직원의 강력한 권유를 물리치고 결국 김씨는 일시금으로 받기로 했다. 세금 때문에 내린 결론이다.



허점 많은 퇴직연금

 월 150만원의 임대 소득이 있는 한씨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오히려 세금이 더 나온다. 일시금으로 받을 때 각종 공제혜택을 적용하면 최저세율 구간(6%)이 적용돼 퇴직소득세를 낸다. 반면 연금으로 받을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돼 15%의 세율구간까지 적용되는 종합소득세를 내게 된다. 한씨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게 되면 일시에 288만원 정도의 퇴직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대신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매년 종합소득세를 4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면서 “세금만 보면 정부가 일시금 수령을 권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불합리한 세제가 퇴직연금 안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연금으로 수령할 때 받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씨의 경우처럼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여러 가지 공제 혜택(근속연수, 연분연승법)을 적용받아 대부분 최저 소득세율(6%)이 적용된다. 하지만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경우 연간 총 연금소득(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 600만원을 넘게 되면 모든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종소세를 내야 한다. 만일 임대소득이나 기타 소득까지 있어 종합소득이 연 1200만원을 넘으면 일부 소득에 대해 세율이 15%로 껑충 뛰게 된다.



 퇴직금에 대한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 적용되는 공제율을 봐도 일시금으로 받을 때 유리한 경우가 많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일괄적으로 퇴직금의 40%를 정률공제해주지만, 연금소득은 액수가 늘어날수록 공제율이 줄어든다. 퇴직금 3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기본공제율은 일시금 수령 시(40%)가 연금 수령 시(32%)보다 크다. 일시금 수령 공제액은 1200만원이지만 연금으로 받을 경우 공제액이 712만원에 그쳐 그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얘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퇴직소득세는 종합소득세와 별도로 과세되고 공제 혜택도 많다”면서 “다른 소득이 있다면 퇴직금을 연금보다는 일시금으로 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19일 내놓은 ‘베이비부머 퇴직급여 실태 분석’ 보고서에도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연금 지급 조건(만 55세 이상)에 맞는 1575명을 삼성생명이 분석한 결과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은 단 3명(0.2%)에 그쳤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이윤재 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안정적인 노후 대비라는 퇴직연금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퇴직금의 75% 이상을 연금으로 받도록 의무화하는 영국의 경우를 참고해 연금식 수령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소득세를 계산할 때도 퇴직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정률공제를 신설하고, 현재 900만원인 연금소득에 대한 공제한도를 1200만원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삼성생명 조사에서는 또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의 퇴직금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DC(확정기여형) 가입자의 경우 1인당 퇴직급여가 1000만원을 조금 넘었으며, 전체 평균도 3103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퇴직금이 빈약한 것은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취지에 맞지 않게 주택 구입 자금 등의 이유로 일시금으로 소진한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중간정산을 받은 40대의 71%, 50대의 81%가 중간정산 받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또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퇴직급여가 낮아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노후 준비 상황은 더욱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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