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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도심 불청객, 은행 냄새 어쩌나

보도에 짓이겨진 은행 열매. [오종택 기자]
미국인 관광객 메디슨 테일러(32)는 서울의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계속 셔터를 눌렀다. 그는 “나뭇잎 색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30여m 떨어진 곳에선 환경미화원 박모(58)씨가 비로 은행잎을 쓸고 있었다. 잎은 양반이다. 떨어진 은행 열매를 행인들이 밟으면 치우기도 어렵고 냄새까지 고약하다. 그는 “가을에는 은행 치우는 게 제일 큰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악취에 골치

 19일 오후 2시 서울 정동길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나무의 특성으로만 보면 가로수로 안성맞춤인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열매가 열리는 탓에 생긴 ‘은행의 딜레마’다.



 매년 골치를 앓아 온 서울시는 최근 신병기를 도입했다. 대당 580만원을 주고 이탈리아에서 올리브 따는 기계 두 대를 들여와 중구와 용산구에 배치했다. 작업 자들이 아직 기계에 익숙치 않아 뚜렷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구청들은 장대로 은행을 털어 열매를 수거하고 있다.





 은행나무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1973년 정부가 ‘가로수 경신계획’을 만들면서다. 이후 은행나무는 가로수의 대명사였던 수양버들과 플라타너스를 밀어냈다.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대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며, 나뭇잎 색까지 좋기 때문이다.



9월 중순~10월 초에 열린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서울시는 대회기간 중 가장 보기 좋은 은행나무를 많이 심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가로수의 40%가 은행나무다.



 하지만 은행나무가 급증하면서 악취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선희 임업연구사는 “은행의 악취는 껍질에 포함된 비오볼이라는 물질에서 나는데, 씨앗을 곤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열매는 은행나무 암그루에서만 열린다. 서울시 은행나무 가로수 중 18%가 암그루다. 그래서 국립산림과학원은 DNA 검사를 통해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권백현 조경관리팀장은 “약품으로 암나무에 열매가 못 열리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비용과 생태계 파괴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며 “최대한 수그루를 선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은행나무=부채 모양의 잎이 달리지만 침엽수에 속한다. 열매가 살구(杏)처럼 생겼는데, 은빛이 난다고 해 은행(銀杏)이라고 부른다. 서원이나 고택에 은행나무가 많은데,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의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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