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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이 모국어 빼앗긴 순간 그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시인 윤동주를 소재로 한 장편 『동주』를 펴낸 소설가 구효서씨. [변선구 기자]
중견 소설가 구효서(53)씨가 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시인 윤동주(1917∼45)를 소재로 한 새 장편 『동주』(자음과모음)를 냈다. 올 상반기 인터넷에 연재했던 원고를 묶었다. 제목 ‘동주’는 물론 윤동주의 동주다.



윤동주의 삶 추리 식으로 그린 소설 『동주』 낸 구효서씨

 한 작품이 쓰이고 책으로 묶여 나온 후 결국엔 소멸하는 소설의 일생을 생각할 때 『동주』는 불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윤동주가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형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그의 이름 석 자를 쳐 넣으면 줄잡아 수십 종의 책이 뜬다. ‘486’ 중 윤동주의 시 한 구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구씨는 왜 굳이 불리한 싸움을 벌인 걸까. 또 어떻게 윤동주를 요리한 걸까.



 구씨의 전략은 슬기롭다. 재일동포 3세 김경식, 또는 야마가와 겐타로, 일본 내 소수민족인 아이누족 여성 텐도 요코 또는 이타츠 푸리 카. 두 주인공이 윤동주의 사라진 원고(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소설 속 설정)를 추적하는 추리소설 방식을 택했다. 텐도의 회상이나 김경식의 머리 속에서 재구성되는 윤동주는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고 조선어 시 쓰기에 열중하는 과묵한 인물이다. 김경식이나 텐도 모두 모어(母語)를 쓸 수 없는 환경 속에 고립돼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식민제국의 한복판에서 저항적인 시를 쓰며 역사적 하중을 홀로 견뎌낸 윤동주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구씨는 “이번 소설에서 윤동주는 일종의 애드벌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언어와 존재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윤동주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동주가 던져진 환경은 구씨가 쓰려는 소설에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것이었다. 윤동주는 간도(間島)에서 태어났다. 조선·중국·일본 어디에도 확실히 속하지 않는 경계의 땅이다. 이곳에 사는 조선인에게 유일한 민족 증명은 조선어를 쓴다는 사실뿐이었다. 때문에 구씨는 다음 같이 말한다.



 “윤동주의 신체적 사망은 1945년 초지만 그는 그 몇 달 전 경찰서에 끌려가 자신의 조선어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도록 강요당할 때 이미 상징적으로 죽었다. 조선어를 생명처럼 아낀 시인에게 조선어를 버리도록 한 순간 그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글날이 며칠 전이다. 한 민족에 있어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곱씹을 만한 대목이 있는 소설이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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