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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로 앉아서 떼돈” vs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

“가뜩이나 불황으로 문을 닫게 생겼는데 우리만 수수료 인하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 다음 달 20일께 공동 시위를 하겠다.”(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 “유통 마진이 5% 미만인데 카드 수수료 1.5% 빼면 남는 게 없다. 1%로 내려야 한다. 20일 과천에서 궐기대회를 열겠다.”(한진우 한국주유소협회장) ‘수수료 전쟁’이 확전 일로다. 18일 음식점 업주들이 7년 만에 ‘솥단지 시위’에 나선 데 이어 주유소와 유흥업소까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금융탐욕 vs 포퓰리즘 … 카드·은행 수수료에 갈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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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여야 막론하고 ‘업종 불문 수수료 인하’를 약속하며 거들고 나섰다. 익명을 원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요구가 쓰나미처럼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고 있다”며 “지금 카드사는 사면초가”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세해 전선을 넓히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은행 수수료를 내리라는 주문이다.



 카드·은행 수수료 문제는 10년 넘게 묵은 이슈다. 이번엔 인화성이 특히 크다. 서울시장 선거와 ‘한국판 월가의 분노’가 맞물리면서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적인 반금융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특히 이익을 많이 내는 카드사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쪽은 앉아서 쉽게 돈을 벌면서도 수수료 내리는 데 인색한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한다. 카드사는 올 상반기에만 4조원 넘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다. 은행의 올해 수수료 수익도 지난해에 이어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YMCA 서영경 팀장은 “카드 소득공제 등 정부 지원 속에서 카드사는 가맹점 유치 경쟁 없이 쉽게 장사해 왔다”며 “영세 가맹점에만 불리한 수수료 체계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국대 이보우 교수는 “카드사의 이익 규모나 수익성을 볼 때 ‘카드사가 떼돈을 벌고 있으니 수수료를 낮춰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납작 엎드려 있던 금융권에서도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익명을 원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 때리기가 지나치다”며 “이건 금융(파이낸셜)에 대한 포퓰리즘, 즉 ‘파이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분야가 비슷한 급여를 받으라는 것인데, 이는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정부가 수수료 인하와 금융 때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업종별 수수료 차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낸 것에 대해 카드사들의 비판 여론은 거세다. 업종과 매출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이 다른데, 이를 따져보지도 않고 일률적으로 통일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신금융협회 박성업 부장은 “업종별 수익과 비용을 보고 가격(수수료)을 정하는 게 시장논리”라며 “업종별 차이를 다 허물자고 하면 오히려 작은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치·고가 업종’인 유흥업소들까지 동네 수퍼와 똑같은 수수료를 내게 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던 카드 업계 최고경영자들도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KB국민카드 최기의 사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수료 인하가 고객 혜택 축소로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더 내리면 카드사가 감내할 수 없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이날 트위터에서 카드사를 젖소 목장에 비유하며 “우유 판매(신용 판매)는 적자라 소를 사고 파는 일(카드 대출)이 주업이 됐는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유값을 낮추란다”고 꼬집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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